“수년째 수주가 안 돼 직원들을 놀리고 있는데 이제 조금 있는 일마저도 못하게 됐습니다. 정말 다 같이 죽자는 것인지….” (한진중공업 공무팀 직원)

“시신을 볼모로 시위를 벌이니 외국 선주사가 계약을 하겠습니까. 정말 숨이 콱 막힙니다.”(기술영업팀 직원)

31일 오전 부산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 회사주자창 건물 주변. 500여명의 현장직원은 작업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노사 갈등으로 회사 문을 닫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현장직원들은 지난 30일 오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조합원 10여명과 외부세력 120여명이 지난해 12월21일 목숨을 끊은 최강서 씨의 시신이 안치된 관을 들고 회사에 진입해 농성을 벌이면서 작업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회사 측은 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해 내일까지 작업을 중단했다.

선박 이동업무를 담당하는 김모씨는 “회사 주력사업인 컨테이너 수주가 4년째 성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해군과 해경의 방위산업용 선박작업마저 중단됐다”며 걱정했다. 현장직원과 400여명의 관리직원들은 회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금속노조 한진중 지회가 본관 건물 출입구 앞에 분향소와 텐트를 설치한 데다 차량통행문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노사합의를 통해 크레인 농성을 해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또다시 점거사태가 발생, ‘제2의 김진숙 사태’로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게다가 내달 선박수주를 앞두고 있는데 금속노조 한진중 지회 일부 조합원과 외부 세력의 사업장 무단 불법점거로 수주가 물 건너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불법점거를 풀지 않는 한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점거를 중단하고 조선소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대화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신규 수주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금속노조의 농성은 발주처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큰 만큼 즉시 농성을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한진중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 측은 최씨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158억원의 손배소 철회와 유족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