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곤경에 처한 모양새다. 김용준 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를 사퇴함에 따라 위원장 직무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인수위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돼 중대 고비를 맞은 형국이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것은 단지 인사 검증 차원에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도 불통 소리를 듣고 있는 인수위다. 어제 새누리당 중진회의에서도 국민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인수위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집착하는 비밀주의를 버려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인수위가 국정 업무 인수 수준을 넘어 부처별로 박근혜 당선인 공약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안과 장기 로드맵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인수위를 톱티어(top tier) 인재로만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고도화한 현대 국가경영이 교수 몇 명이 담을 쌓고 옹기종기 논의할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배타주의 혹은 비밀주의로는 결코 산재한 지식을 끌어모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소통 문제가 아니라 지식의 문제다. 인수위의 지력 수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수위 참여 인사들의 개인적 지력 문제가 아니다. 개방체제가 아니고는 집단지혜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새누리당만 해도 그렇다. 새누리당에는 충분한 지적 역량과 다양한 국정 경험이 쌓여있다. 이런 역량을 지금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와 차단되는 비밀주의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임기를 시작도 하지 못한 당선인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는 상황이면 곤란하다. 높을수록 더 많이 떨어지는 게 지지율이라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50%를 겨우 넘겨 역대 최저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이다.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다는 것은 개혁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인수위는 지금이라도 개방체제로 전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