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72세 몸짱…60세 마라톤 완주…63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우린 나이 잊고 도전 즐기는 '어모털族'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나이는 숫자일 뿐…꿈은 연령을 따지지 않아
'젊은 노인' 늘며 일·소비 변화…고령 출산 늘고 힐링문화 확산
어모털리티: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 / 400쪽 / 2만원
'젊은 노인' 늘며 일·소비 변화…고령 출산 늘고 힐링문화 확산
어모털리티: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 / 400쪽 / 2만원
청소년 상담가였던 영국인 제프 도넌은 71세였던 2009년 잉글랜드 북서부 세프턴 시의회로부터 고소당했다. 불쾌감을 주거나 위험하게 스케이트나 롤러블레이드 등을 타면 안 된다는 조례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에서 공개된 CCTV 영상은 점심시간 인파를 헤치고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동통신에서부터 교통, 여행, 금융 서비스, 미디어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300개 이상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버진그룹의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은 와이셔츠와 정장바지 차림의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벗어버렸다. 긴 머리와 턱수염, 상습적으로 늘어놓는 음담패설까지…. 그는 60세 생일을 앞두고 런던 마라톤을 완주했고, 항해와 열기구에서 세계기록을 깨기 위해 모험을 계속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생물학적 나이와 세대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유년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은퇴기·노년기·황혼기로 이어지는 인생의 단계가 모호해졌다. 데이비드 배티스컴이라는 베이스 연주자는 59세에 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변신했고, 60세에는 마라톤을 완주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예순셋의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나이든 여자도 박스오피스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안티에이징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제프리 라이프는 72세에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가수 마돈나는 나이 들어서도 아이를 입양하고 30세 연하의 애인을 만난다. 칠순을 바라보는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는 한 경기에 30시간 가까이 걸리는 크리켓 마니아다.
《어모털리티: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 현실이 된 트렌드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기회와 위기를 가져오는지 분석한다.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mortal’에 부정적 접두어(a)를 붙인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영원히 늙지 않음’이라는 뜻. ‘타임’의 유럽총괄 편집장인 저자가 만든 신조어로,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살고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어모털족’이라고 부른다.
어모털족은 자신들의 행동이 나이에 어울리는 것인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나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써보고 싶어 한다. 결혼, 이혼, 출산, 공부, 일 등 인생의 모든 선택이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어모털족이 늘어나면서 가족관계도 변화한다. 불임 치료를 통해 나이 든 여성이 아이를 낳고, 고령 출산이 늘어난다. 가임 기간도 길어졌다. 길어진 수명만큼 섹스의 수명도 길어졌고 황혼 이혼과 황혼의 카사노바도 많아졌다. 결혼과 가정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종교는 약화되고 힐링을 강조하는 치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어모털족의 등장으로 인한 일과 직업, 소비의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선 마케터들은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게 됐다. 평생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2010년 8월 시장조사회사 닐슨은 미국에서 6만4000여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패드 사용자의 15%가 56세 이상이었고, 이들이 애플의 주목할 만한 성장 기회를 대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3년 미국에서만 출시됐던 도요타자동차 브랜드 사이언의 부상과 몰락은 어모털리티로 인한 기업세계의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행에 민감한 박스카 형태로 출시된 사이언은 첫해부터 고공행진을 시작해 2006년에는 17만대 이상 팔렸다.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구매자가 액세서리와 주변 장치들을 직접 선택하도록 ‘개인화’한 것이 젊은 층에 주효했다. 하지만 사이언의 판매량은 2009년부터 급감했다. 도요타는 모델 범위를 넓히는 전략으로 맞섰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열망하는 나이든 계층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을 즐기는 어모털족의 성향은 사업을 이끌어가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리처드 브랜슨이 그런 인물이다. 이들은 기업 문화와 분야를 변형하고 새로운 모델과 활동 영역을 개척한다. 저자는 “어모털 에너지는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제국을 구축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며 “특히 어모털족으로 가득 찬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이동통신에서부터 교통, 여행, 금융 서비스, 미디어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300개 이상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버진그룹의 창업주 리처드 브랜슨은 와이셔츠와 정장바지 차림의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벗어버렸다. 긴 머리와 턱수염, 상습적으로 늘어놓는 음담패설까지…. 그는 60세 생일을 앞두고 런던 마라톤을 완주했고, 항해와 열기구에서 세계기록을 깨기 위해 모험을 계속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생물학적 나이와 세대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유년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은퇴기·노년기·황혼기로 이어지는 인생의 단계가 모호해졌다. 데이비드 배티스컴이라는 베이스 연주자는 59세에 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변신했고, 60세에는 마라톤을 완주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예순셋의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나이든 여자도 박스오피스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안티에이징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제프리 라이프는 72세에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가수 마돈나는 나이 들어서도 아이를 입양하고 30세 연하의 애인을 만난다. 칠순을 바라보는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는 한 경기에 30시간 가까이 걸리는 크리켓 마니아다.
《어모털리티: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 현실이 된 트렌드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기회와 위기를 가져오는지 분석한다.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mortal’에 부정적 접두어(a)를 붙인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영원히 늙지 않음’이라는 뜻. ‘타임’의 유럽총괄 편집장인 저자가 만든 신조어로,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살고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어모털족’이라고 부른다.
어모털족은 자신들의 행동이 나이에 어울리는 것인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나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써보고 싶어 한다. 결혼, 이혼, 출산, 공부, 일 등 인생의 모든 선택이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어모털족이 늘어나면서 가족관계도 변화한다. 불임 치료를 통해 나이 든 여성이 아이를 낳고, 고령 출산이 늘어난다. 가임 기간도 길어졌다. 길어진 수명만큼 섹스의 수명도 길어졌고 황혼 이혼과 황혼의 카사노바도 많아졌다. 결혼과 가정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종교는 약화되고 힐링을 강조하는 치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어모털족의 등장으로 인한 일과 직업, 소비의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선 마케터들은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게 됐다. 평생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2010년 8월 시장조사회사 닐슨은 미국에서 6만4000여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패드 사용자의 15%가 56세 이상이었고, 이들이 애플의 주목할 만한 성장 기회를 대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3년 미국에서만 출시됐던 도요타자동차 브랜드 사이언의 부상과 몰락은 어모털리티로 인한 기업세계의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행에 민감한 박스카 형태로 출시된 사이언은 첫해부터 고공행진을 시작해 2006년에는 17만대 이상 팔렸다.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구매자가 액세서리와 주변 장치들을 직접 선택하도록 ‘개인화’한 것이 젊은 층에 주효했다. 하지만 사이언의 판매량은 2009년부터 급감했다. 도요타는 모델 범위를 넓히는 전략으로 맞섰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열망하는 나이든 계층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을 즐기는 어모털족의 성향은 사업을 이끌어가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리처드 브랜슨이 그런 인물이다. 이들은 기업 문화와 분야를 변형하고 새로운 모델과 활동 영역을 개척한다. 저자는 “어모털 에너지는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제국을 구축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며 “특히 어모털족으로 가득 찬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