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손보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들이 농작물 재해보험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상 이변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을 끌어내기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3일 정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작물 재해보험의 손해율이 작년 기준으로 357.1%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 농민들로부터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았지만 기상 이변 때문에 357만원의 보험금을 내줬다는 얘기다. 농작물 재해보험의 손해율은 2009년 처음 100%를 초과한 이후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아무리 농민들을 위한 정책성 보험이라지만 4년 연속 손해율이 100%를 넘은 상황이어서 적자 구조가 고착화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는 한 다음달부터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 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실제 손해액을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손해율 100~110%까지 농협손보가 책임지고 110~180%까지는 삼성화재 등 민영 보험사들이 보상하는 구조다. 이를 넘을 경우 정부가 2005년 설립한 농작물 재해보험기금으로 손실액을 보전한다.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액은 한 해 2조5000억원 규모다.

작년에만 농작물 재해보험에서 입은 손실이 총 3535억원에 달했다. 구체적인 손실액은 정부 기금 2518억원, 삼성화재 226억원, 동부화재 195억원, 현대해상 175억원, LIG손보 116억원, 농협손보 70억원, 메리츠화재 51억원, 코리안리 51억원 등이다. 주관 보험사인 농협손보 관계자는 “민영 보험사들이 농작물 재해보험 사업을 접을 경우 1차 보험사인 우리가 떠맡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부 지원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농작물 재해보험 사업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자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작년에는 재해보험기금이 2100억원 편성됐지만 올해는 예산 부족 탓에 705억원만 적립됐다.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민간 보험사들이 부담하는 손해율 한도를 종전 180%에서 150%까지 낮추고 품목별로 손해율을 다양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조재길/김유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