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8, 연비 18.8km/ℓ 경제성 최고
미니쿠퍼 로드스터, 최고속도 시속 222km, 질주본능 스포츠카

'고연비 소형 해치백 탈까?, 고성능 소형 스포츠카 탈까?'

스타일이 전혀 다른 프랑스 여자와 영국 여자가 만났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을 무기로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는 이들은 바로 '푸조 208'과 '미니쿠퍼 로드스터'.

두 모델의 유일한 공통점은 소형차라는 점.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선 각각 고연비와 고성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를 시승해봤다.

◆ '실속파' 푸조 208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푸조 208은 최근 '2012 아일랜드 올해의 차(소형차 부문)' '2013 스페인 최고의 차' 등에 선정돼 유럽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국내에선 도요타 프리우스를 제치고 신연비 기준 1위(1.4 e-HDi 5도어) 차량에 등극했다. 이 모델의 표시연비는 18.8km/ℓ. 푸조 208의 경제성은 국내 시판 전 차종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소형 수입차 '고연비·고성능' 2종, 비교 체험해보니…
하지만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킬 순 없는 법. 운동 실력은 연료 효율성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성격 급한 이들에겐 인내심을 유발할 정도.

시승차는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m인 1.6ℓ e-HDi 모델. 횡단보도에서 정차 중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어 가속 페달을 밟으면 3초 후 반응이 왔다. 뒷차들이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아 몇 번이나 안절부절하기도.

출퇴근길엔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에코모드에선 자동으로 스타트&스톱 기능이 작동하는데 가다 서다를 수십차례 반복하는 상황에서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

또 언덕밀림 방지기능이 없어 출발할 때는 종종 뒤로 밀리는 스릴을 경험해야 했다. 연비 절약은 내팽겨치고 에코모드 버튼을 꺼벼렸더니 속이 다 시원했다.

시승 첫째 날은 '작은 차가 그럼 그렇지'라며 실망했다. 하지만 둘째 날엔 뜻밖의 반전이 있었다. 6단 MCP 변속기(클러치 페달없이도 수동변속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전자제어 기어 시스템)를 이용해 용인서울고속도로를 달려봤다. 운전대 양옆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조작해가며 달리니 운전의 재미가 더해졌다.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시속 130km까지는 야무지게 잘 나갔다.

내부디자인은 깔끔했다. 군더더기없는 센터페시아와 작은 계기반, 장난감같은 스티어링 휠 모두 여성 운전자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뻥 뚫린 썬루프도 상쾌한 기분을 자아냈다. 내부 디자인은 한국인 디자이너 신용욱 씨가 맡아 화제가 됐다.

208은 이전 모델인 207에 비해 차체 크기는 줄었지만 실내 공간은 넓어졌다. 이전보다 레그룸이 50mm 길어졌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평소 기자의 운전 습관은 푸조 208이 지향하는 것과 달리 다소 과격한 편이다. 3일간 도심과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렸는데 실제 주행연비는 최소 11. 5km/ℓ에서 최대 17.5km/ℓ까지 나왔다. 감탄할 만한 연비다.

푸조의 신형 208은 좋은 운전습관을 지녔거나 실속을 챙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차다. 1.6 e-HDi 5도어는 작년 12월 한 달간 총 68대 팔렸다. 판매 가격은 2990만 원.

◆ '폼생폼사형' 미니쿠퍼S 로드스터

푸조 208이 '새침데기'라면 미니쿠퍼S 로드스터는 '개구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다. 2003년 개봉한 미국 액션영화 '이탈리안잡'을 보면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미니쿠퍼를 몰고 도시를 활주한다.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한 낮 도로에서 그녀는 자동차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며 앞서 나간다. 사흘간 기자는 그녀에 버금가는(?) 짜릿한 경험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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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스포츠카에는 BMW 특유의 딱딱한 서스펜션과 뛰어난 주행성능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직선주행, 코너링 모두 안정감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잘 나갔다. 경부고속도로 종착역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톨게이트를 지나 4차선 도로에 복귀할 때 제로백 성능을 시험해봤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초. 체감상으론 5초내 가능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절로 실감났다.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 로드스터의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운동 능력은 4기통 1.6ℓ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4.5㎏·m의 힘을 낸다.

로드스터는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하는 소프트톱이 달린 2인승 컨버터블이다. 하지만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1월 중순의 스포츠카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한파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오픈카로 돌아다니기에는 아직 부적절하다.

로드스터는 실용성 보단 '멋내기'와 '폼잡기'를 중시하는 이들의 세컨드카에 알맞다. 디자인에만 집착한 나머지 운전자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창문 여는 버튼은 센터페시아 중앙 오디오 아래 위치해 있었고, 내비게이션 기능은 선택사항으로 기본 장착돼 있지 않았다.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도 시야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아 주행 중 불편했다. 미니 로드스터에 적응하기에 사흘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미니의 클래식함과 운전의 재미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일부 불편함도 감수할 만하다. 연비 또한 나쁘지 않다. 신연비 기준 12.4㎞/ℓ. 실제 주행해보니 11.2㎞/ℓ가 나왔다. 가격은 4470만 원. 지난해 133대가 팔려 미니 전 라인업(5927대)의 약 2.2%를 차지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