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본격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었다. 저성장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부동산값이 잘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저성장기의 부동산 투자 방식은 고속 성장기와 달라야 한다. 몇 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부동산시장은 올해도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새 정부가 주거복지 대책을 내놓겠지만 흐름을 돌려놓는 일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저성장기에는 3가지 준칙을 지켜야 실패하지 않는다.

첫째, 어떻게든 매입가를 낮춰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각종 경비를 뺀 임대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동산이 많다. 이런 경우 ‘건물을 수리해 임대료를 올리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월세를 놓는 주인은 임대 시장에서 가격 순응자(Price taker)다. 월세는 전세보다 임대료가 비싸 세입자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임대료를 대체로 받아들인다. 임대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으로 매입가를 낮추는 전략을 쓰는 게 현명하다.

부동산시장에서 진정한 가치투자는 무조건 싸게 매입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개념으로 연결된다. 실수하거나 시장 여건이 나빠져도 결코 손실이 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싸게 매입하라는 것이다.

둘째, 시장이 침체기를 이른 시간 안에 벗어나기 힘든 만큼 조급함을 버리는 게 필수다. 약세장에서 최대의 적은 서두르는 것이다. 상승장일 때 부동산 투자는 차선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최선의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도 하루빨리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유리하다. 차순위의 대안에 대한 투자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체장일 때는 다르다. 고를 수 있는 좋은 물건이 많고 가격도 갑자기 오르기 않기 때문에 느긋함이 필요하다. 요컨대 불황기 때의 투자는 차선이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셋째, 자기자본 비중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타인 자본을 최대한 활용할 때, 즉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면 최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부채(빚)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다. 잘 활용하면 나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든든한 후원자가 되지만 잘못하면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남의 돈은 내게 힘이 되는 게 아니라 무거운 짐일 뿐이라는 얘기다. 매입자금 가운데 자기자본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가격이 하락해도 마음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빚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내 돈으로 내 집 사면 하우스푸어가 될 수 없다. 안전투자를 하려면 집값에서 30% 이상을 대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빚은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이고, 저축은 나를 위해 사는 인생’이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박원갑 < KB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