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소위 ‘일감 몰아주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자는 일부 인수위원들의 주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논리적일 뿐더러 실익도 없다는 설명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행위 등에 대해 손실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이 제도를 대기업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인력 빼가기 등으로 확대하고 손해배상액도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손실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라는 방안도 적지않은 논란거리다. 일견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존 거래처만 보호하고 신규 거래를 봉쇄하는 등 다양한 역효과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수위가 여기서 한술 더 떠 일감 몰아주기도 이 10배 배상 항목에 넣겠다면서 논란이 생겨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10배 배상을 강제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논리적이다. 일감 몰아주기로 손해를 보는 곳은 일감을 몰아준 대기업과 그 회사의 주주인데 손해를 본 곳에 손해를 10배나 배상하라는 것은 누가 봐도 주객을 착각한 것이고 오류다.

이런 해프닝이 생기는 이유는 대기업은 무조건 때리고 보자는 생각과 기업 현실을 잘 모르는 인수위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회사 구조조정을 위한 금산법에 엉뚱하게 제2금융권 소유 규제를 끼워넣은 것도 그런 착각의 대표적 사례다. 미국 은행법의 ‘은행’이라는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로 잘못 번역됐고 그 결과 엉뚱하게도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해프닝도 이런 웃지못할 일에 다름 아니다. 반(反)대기업 감정에 사로잡혀 기업을 때리는데 그럴듯한 단어라면 무조건 법에 집어넣고 보자는 무식이 준동하고 있는 결과인 것이다. 기업을 혼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입하자는 이 같은 충동질이 결국 기업 자체를 죽이고 만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