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새 정부 組閣 인사, 양날의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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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성패 가르는 첫 단추 꿰는 일…잘못되면 정권 겨누는 치명적 화살
국민이 공감하는 인물 내세워야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국민이 공감하는 인물 내세워야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가동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갯속이다. 투명성도 없고 소통도 안되는 깜깜이 인수위라고 한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데 첫 인사부터 말썽을 빚더니 누군가의 느닷없는 인수위원 사퇴를 두고도 밀실에서 문을 닫고 있다.
과도한 관심이 비정상적인 측면도 있다. 인수위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 초기의 혼선을 방지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한시적인 기구로서만 기능한다. 법에 규정된 권한도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등으로 한정된다. 인수위의 역할은 그 범주에 그쳐야 하고 예비내각쯤으로 보는 지나친 의미부여는 당치도 않다.
그제 정부조직 개편의 그림이 나왔으니 중요한 건 지금부터의 인사다. 새 정부의 얼굴인 책임총리에 어떤 인물을 모셔올 것인지, 내각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권력기관장에 누구를 앉힐 건지, 그 처음 진용의 짜임새야말로 앞으로 5년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잘못되면 정권을 흔들고 인사권자 자신을 겨누는 치명적인 화살로 되돌아 오게 된다. 5년 전 의욕이 충만하고 기대 또한 컸던 이명박 정부는 첫 조각(組閣)에서 대통령 스스로 베스트 중의 베스트를 골랐다고 내세웠었다. 하지만 국민정서와 겉돈 ‘고소영’ ‘강부자’ 인사로 일순간에 맛이 가고 민심이반으로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서 임기 내내 허우적거린 실패의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탕평(蕩平)과 대통합 인사를 말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1기 내각과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인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도 한다. 공통점은 ‘적(敵)을 친구로 만들기’이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하고, 공화당의 부시행정부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켰다. 케네디의 경우도 반대 진영인 보수 공화당에서 명망 높았던 로버트 맥나마라와 존 매콘을 각각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기용했다. 이 같은 ‘라이벌들의 조합(team of rivals)’이 드림팀을 낳았다.
이들 인사의 모델은 알려진 대로 미국의 가장 위대했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용인술이다. 유난히 정적이 많았던 그의 포용인사는 여러 차례 조명됐다.
링컨에 대해 ‘비천하고 교활한 촌뜨기’라는 식의 경멸적 언사와 지나칠 정도의 적대적 혐오감으로 일관했던 민주당 출신 에드윈 스탠튼에게 가장 중요한 자리인 전쟁장관을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나중에는 링컨의 마지막 임종을 지킨 가장 측근이었다. 링컨은 또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의 최대 경쟁자였던 윌리엄 슈어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슈어드는 초기에 링컨을 대놓고 무시했지만 마침내 감복, 미국의 보물인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매입하는 협상을 주도하고 훗날 720만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여 미국 역사상 최고의 국무장관으로 남는다. 링컨 리더십의 요체는 적을 과감히 끌어안아 마음으로부터의 감동을 얻고 그들을 자신의 최고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만들어 국가가 성공의 역사를 쓰는 길을 닦은 데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인 것은 평범한 진리다. 그럼에도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연고인사 정실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 코드인사만 양산해 결국 망사(亡事)의 지름길로 간 실패 사례만 쌓여 있다. 대개 내가 아는 사람, 믿는 사람만 쓰려 하는 인사권자의 협량(狹量)이 낭패를 자초했다. 결과는 분열과 갈등의 확대재생산이며 정부의 신뢰상실이다. 민심은 한번 등돌리면 되찾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조각 인사는 정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경제와 안보의 위기, 사회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갈라진 국론을 한 데 모으는 계기가 되려면 탕평과 대통합의 상징성, 엄격한 도덕성과 탁월한 능력을 함께 갖춰 국민들이 ‘그 사람이라면 됐다’고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의문인 것은 그런 인물이 있기나 한 건지, 있다 해도 낮은 자세로 국민을 편안케 하기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할 수 있는 사람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과도한 관심이 비정상적인 측면도 있다. 인수위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 초기의 혼선을 방지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한시적인 기구로서만 기능한다. 법에 규정된 권한도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등으로 한정된다. 인수위의 역할은 그 범주에 그쳐야 하고 예비내각쯤으로 보는 지나친 의미부여는 당치도 않다.
그제 정부조직 개편의 그림이 나왔으니 중요한 건 지금부터의 인사다. 새 정부의 얼굴인 책임총리에 어떤 인물을 모셔올 것인지, 내각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권력기관장에 누구를 앉힐 건지, 그 처음 진용의 짜임새야말로 앞으로 5년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잘못되면 정권을 흔들고 인사권자 자신을 겨누는 치명적인 화살로 되돌아 오게 된다. 5년 전 의욕이 충만하고 기대 또한 컸던 이명박 정부는 첫 조각(組閣)에서 대통령 스스로 베스트 중의 베스트를 골랐다고 내세웠었다. 하지만 국민정서와 겉돈 ‘고소영’ ‘강부자’ 인사로 일순간에 맛이 가고 민심이반으로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서 임기 내내 허우적거린 실패의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탕평(蕩平)과 대통합 인사를 말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1기 내각과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인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도 한다. 공통점은 ‘적(敵)을 친구로 만들기’이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하고, 공화당의 부시행정부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켰다. 케네디의 경우도 반대 진영인 보수 공화당에서 명망 높았던 로버트 맥나마라와 존 매콘을 각각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기용했다. 이 같은 ‘라이벌들의 조합(team of rivals)’이 드림팀을 낳았다.
이들 인사의 모델은 알려진 대로 미국의 가장 위대했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용인술이다. 유난히 정적이 많았던 그의 포용인사는 여러 차례 조명됐다.
링컨에 대해 ‘비천하고 교활한 촌뜨기’라는 식의 경멸적 언사와 지나칠 정도의 적대적 혐오감으로 일관했던 민주당 출신 에드윈 스탠튼에게 가장 중요한 자리인 전쟁장관을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나중에는 링컨의 마지막 임종을 지킨 가장 측근이었다. 링컨은 또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의 최대 경쟁자였던 윌리엄 슈어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슈어드는 초기에 링컨을 대놓고 무시했지만 마침내 감복, 미국의 보물인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매입하는 협상을 주도하고 훗날 720만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여 미국 역사상 최고의 국무장관으로 남는다. 링컨 리더십의 요체는 적을 과감히 끌어안아 마음으로부터의 감동을 얻고 그들을 자신의 최고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만들어 국가가 성공의 역사를 쓰는 길을 닦은 데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인 것은 평범한 진리다. 그럼에도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연고인사 정실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 코드인사만 양산해 결국 망사(亡事)의 지름길로 간 실패 사례만 쌓여 있다. 대개 내가 아는 사람, 믿는 사람만 쓰려 하는 인사권자의 협량(狹量)이 낭패를 자초했다. 결과는 분열과 갈등의 확대재생산이며 정부의 신뢰상실이다. 민심은 한번 등돌리면 되찾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조각 인사는 정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경제와 안보의 위기, 사회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갈라진 국론을 한 데 모으는 계기가 되려면 탕평과 대통합의 상징성, 엄격한 도덕성과 탁월한 능력을 함께 갖춰 국민들이 ‘그 사람이라면 됐다’고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의문인 것은 그런 인물이 있기나 한 건지, 있다 해도 낮은 자세로 국민을 편안케 하기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할 수 있는 사람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