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미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핵심 열쇳말이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하례식에서 1000여명의 그룹 임원들에게 “지난 성공은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다. 이 회장의 주문에 맞춰 삼성은 올해 스마트폰 등 전자사업 부문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넓히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미래 투자
매년 1월에 나오는 이 회장의 신년사는 그해 삼성이 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 2011년 신년사에서는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사업·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애플과의 스마트폰 경쟁 등 각 분야에서 주도권을 놓치면 언제든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또한 ‘빠른 추종자’에서 ‘시장 창조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작년에는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신제품·신기술에 달렸다.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신년사의 요지는 ‘성공에 안주하지 말 것’과 ‘미래를 대비한 인재 확보’다. 이 회장은 “올해 삼성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으며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불황기에는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며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삼성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견제는 심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해외 현지 경영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나라별로 인재를 키우고 현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며 “제2, 제3의 삼성을 건설하는 경영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는 인재 육성”이라며 “우수한 인재를 뽑고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 1위 수성, 신성장동력 발굴 주력
삼성은 신년사에서 이 회장이 강조한 대로 올해 주력 사업 경쟁력 높이기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군별로는 전자 분야의 경우 ‘세계 1위’ 수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대 수익 창출원인 휴대폰 분야에서는 신제품 출시로 애플과의 격차를 넓힐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5690만대(시장 점유율 33.9%)의 스마트폰을 팔아 애플(2690만대)을 압도했다. 4분기 판매량도 6500만대가량으로 애플(4500만대가량)을 앞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갤럭시S4를 내놓으며 이 기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LED(발광다이오드) TV에 이은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도 올해 본격적으로 양산한다. 반도체 부문에선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바일AP(단일 칩) 시장의 73.7%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도 확대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올해 삼성의 핵심 경영 방침이다. 경제민주화 분위기와 맞물려 대기업의 상생 노력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도 신년하례식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해 국민 경제에 힘이 되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올해 50조원 이상을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비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투자액 47조80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또 경기 침체 우려가 크지만 고용도 작년 수준(2만6000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협력사와의 상생도 꾸준히 추진한다. 삼성 계열사들은 2011년부터 1차 협력사 및 2차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협약을 맺었다. 또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삼성이 보유한 특허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