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지수는 엔화 약세 가속화에 따른 우려로 단기적인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제 2차 재정절벽 협상 등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지난해 11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다는 소식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무역 적자 확대로 미국의 4분기 경제 성장률이 이전 예측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코스피지수도 지난 11일 금리 동결에 따른 환율 속락(원화 강세) 여파에 2000선을 하회했다. 일본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승인했다는 소식도 엔화 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을 부추겨 증시에 부담이 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0.13포인트(0.50%) 내린 1996.67에 장을 마쳤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원화강세·엔화약세 추세가 실적 시즌에 대한 우려감과 겹치면서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가채무한도와 지출감축 협상을 둘러싼 2차 재정절벽 우려도 부담 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 엔·달러 환율은 2년 반 만에 89엔대를 돌파했다. 이번 주 중에 201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엔·달러 환율이 90엔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 기조는 9주째 이어지고 있다. 엔화가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약세를 보인 것은 1989년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엔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중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는 BOJ가 아베 총리의 방침대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1%에서 2%로 높이는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약세와 원화강세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연구원은 "지난 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단기적으로 원화에 대한 추가 강세를 저지할 수 있는 고삐가 풀린 상황에서 원화의 추가적인 강세가 불가피하다"면서 "예상보다 빠른 원화 강세로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감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도 부각되고 있다. 최용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2월 말까지 정부 부채한도 증액 및 재정지출 삭감을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 유럽 역시 이탈리아 총선이 다음달 24일로 확정되는 등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춘절을 앞두고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점도 부담이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시장예상치(2.3%)를 웃돌았다.

최 연구원은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채소 등 식품가격 급등세가 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감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