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종합과세 강화 후폭풍…슈퍼리치는 자산 리모델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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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예금 빼 MMF로…증시베팅 채비
"세금 폭탄 피하자" 주식형펀드로 돈 몰려
올들어 CMA 1조 늘고 월지급식 ELS도 인기
"세금 폭탄 피하자" 주식형펀드로 돈 몰려
올들어 CMA 1조 늘고 월지급식 ELS도 인기
지난 10일 서울 GS자이프라자 3층 삼성증권 반포지점. 20석 규모의 세미나실이 30여명의 참석자로 꽉 찼다. 자산관리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강의가 끝난 뒤 질문 및 응답 시간. 질문의 대부분은 절세전략에 모아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40대 자영업자 K씨는 “바뀐 세법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됐다”며 “만기가 된 은행 정기예금에서 2억원을 인출해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둔 뒤 어디에 투자할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20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자산관리시장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 나온 돈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으로 옮아가고 있는 기미가 뚜렷하다.
○딤섬본드도 불티나게 팔려
슈퍼리치로 불리는 거액 자산가들의 재테크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식 관련 상품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및 주식혼합형 등 증권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54조6902억원에서 이달 11일 55조285억원으로 3383억원 증가했다.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주식형 사모펀드는 같은 기간 2021억원 늘었다.
남경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주식 시세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데다 주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아직은 심리적인 저항감이 크지만 자금이 주식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분리·저율 과세 혜택이 있는 유전펀드나 양도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신규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관련 상품의 경우 이자를 최대한 줄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내놓은 위안화 표시 채권은 올 들어 57억원어치 판매됐다. 만기 6개월에 수익률은 연 3.8%지만, 이표이자를 통해 얻는 수익률을 연 1%대로 낮춘 점이 주효했다.
박영민 신한금융투자 FICC상품팀 부장은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전체 수익의 65%를 거두게 돼 절세효과가 상당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만기 1년~1년6개월 정도의 딤섬본드도 수십억원어치 팔렸다. 물가연동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실제 이표이자가 연 1% 이하로 낮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자산 리모델링 인기
세금 부과 시기를 고려해 현금 흐름을 분산하는 ‘자산 리모델링’도 인기다. 세법 전문가인 김정은 우리투자증권 컨설팅지원부 차장은 “하루에 30여통씩 문의가 온다”며 “과세 대상이 되는 이자소득의 흐름을 어떻게 분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을 매달 분산할 수 있는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갤러리아지점 부장은 “만기 때 수익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ELS 상품에 세금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이를 할인해서 파는 대신 월지급식 ELS를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예금에서 빼낸 자금을 단기투자상품에 일시적으로 예치한 뒤 다른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표적 단기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1조670억원 증가했다. MMF 잔액도 같은 기간 8조2155억원 늘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면서 일시적으로 단기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장도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 보유자들이 금융투자상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귀동/황정수 기자 claymore@hankyung.com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20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자산관리시장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 나온 돈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으로 옮아가고 있는 기미가 뚜렷하다.
○딤섬본드도 불티나게 팔려
슈퍼리치로 불리는 거액 자산가들의 재테크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식 관련 상품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및 주식혼합형 등 증권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54조6902억원에서 이달 11일 55조285억원으로 3383억원 증가했다.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주식형 사모펀드는 같은 기간 2021억원 늘었다.
남경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주식 시세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데다 주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팀장은 “아직은 심리적인 저항감이 크지만 자금이 주식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분리·저율 과세 혜택이 있는 유전펀드나 양도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신규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관련 상품의 경우 이자를 최대한 줄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내놓은 위안화 표시 채권은 올 들어 57억원어치 판매됐다. 만기 6개월에 수익률은 연 3.8%지만, 이표이자를 통해 얻는 수익률을 연 1%대로 낮춘 점이 주효했다.
박영민 신한금융투자 FICC상품팀 부장은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전체 수익의 65%를 거두게 돼 절세효과가 상당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만기 1년~1년6개월 정도의 딤섬본드도 수십억원어치 팔렸다. 물가연동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실제 이표이자가 연 1% 이하로 낮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자산 리모델링 인기
세금 부과 시기를 고려해 현금 흐름을 분산하는 ‘자산 리모델링’도 인기다. 세법 전문가인 김정은 우리투자증권 컨설팅지원부 차장은 “하루에 30여통씩 문의가 온다”며 “과세 대상이 되는 이자소득의 흐름을 어떻게 분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을 매달 분산할 수 있는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갤러리아지점 부장은 “만기 때 수익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ELS 상품에 세금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이를 할인해서 파는 대신 월지급식 ELS를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예금에서 빼낸 자금을 단기투자상품에 일시적으로 예치한 뒤 다른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표적 단기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1조670억원 증가했다. MMF 잔액도 같은 기간 8조2155억원 늘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면서 일시적으로 단기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장도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 보유자들이 금융투자상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귀동/황정수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