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 CES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관심이 몰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두 강자가 이번에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고성능 하드웨어로 무장한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얇은 고성능 스마트폰

중국 제조사들은 이번 CES를 자사의 고성능 스마트폰 ‘데뷔 무대’로 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ZTE는 CES에 설치한 부스에 다른 휴대폰들은 일절 진열하지 않은 채 전략 스마트폰 ‘그랜드S’를 30개나 전시했다. 제품력에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ZTE의 ‘과시’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이 제품은 풀HD(고화질) 5인치 화면에 퀄컴의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최신버전 4.1(젤리빈)을 적용했다. 풀H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은 삼성전자나 애플에서도 나오지 않은 제품이다.

더 놀라운 것은 두께가 6.9㎜로 쿼드코어AP를 탑재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얇다는 사실이다. 아이폰5의 두께는 7.6㎜, 갤럭시S3는 8.6㎜다.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가장 큰 스마트폰

세계 스마트폰 업계 3위인 화웨이도 새 스마트폰 ‘어센드메이트’를 CES에서 공개했다. ‘세계에서 디스플레이가 가장 큰 스마트폰’이다. 6.1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5.5인치)보다 0.6인치 크다. 도시바가 내놨던 6인치 태블릿보다도 큰 스마트폰이다.

배터리는 4050mAh로 갤럭시노트2(3100mAh)보다 950mAh 많다. 1280×720 픽셀로 해상도가 HD급이다. 자체 제작한 1.5㎓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내장했고, 안드로이드 젤리빈을 채택했다. 사양만 보면 500만대 넘게 팔린 갤럭시노트2와 비슷하다.

레노버도 이날 행사 말미에 새 스마트폰 ‘아이디어폰 K900’을 깜짝 공개했다.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인텔이 전날 CES에서 발표한 새 프로세서 클로버트레일 플러스(듀얼코어)를 적용했다. ‘화려한 스펙’에다 두께도 6.9㎜로 얇다. 레노버는 이 제품으로 ‘저가 휴대폰 판매회사’라는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각오다.

◆중국산 점유율 높아질 듯

중국 업체는 그동안 ‘홈 그라운드’인 중국 시장에 안주해왔다.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 수준에 머물 정도로 중저가 제품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고가 제품을 내세워 삼성전자와 애플의 아성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리싱 쳉 ZTE 미국법인 대표는 이날 ‘그랜드S’를 공개하면서 “ZTE는 앞으로 미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고, 능력 있는 미국 파트너들과 함께 가치있는 제품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향후 3~4년간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6년 중국 제품이 전 세계 고급 스마트폰(150달러 이상) 시장의 21.4%를 차지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라스베이거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