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퇴를 결심한 고등법원 부장판사(행정부의 차관급 대우)가 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법원행정처에 사의를 표명한 고법 부장판사는 8명이다. 사법연수원 기수별로는 14~16기 각 1명과 17기 5명이다. 이는 평년의 2, 3배 수준으로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등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도입한 ‘평생법관제’와 ‘대등재판부제’를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으로 근무 후 상급 법원장 등으로 승진하지 않고 고법에서 재판을 하는 법관으로 계속 근무하는 것을 말하며, 대등재판부제란 고법 부내에서 비슷한 경력을 가진 부장판사들이 함께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사의를 표명한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을 끝내고 난 후 다시 일선으로 돌아가 정년까지 재판을 해야 하는 평생법관제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갈수록 나빠지는 변호사업계 상황 등 복합적 요인도 (사표 제출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평생법관제 등이 도입되면서 일선 법관들의 사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대등재판부제까지 시행되면서 고법 부장판사도 연차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석판사와 똑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고법 부장들에게 심리적,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달 정기인사까지 남은 기간 동안 사표를 내는 부장판사가 늘어나면 인사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한 기수에서 4~5명이 한꺼번에 나가는 것은 법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고법 부장판사들이 일시에 퇴직할 경우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법원장과 고법 부장 인사는 내달 14일자로, 지법 부장과 평판사 인사는 내달 25일자로 각각 이뤄질 전망이다. 이보다 열흘가량 앞서 승진·전보 대상자가 발표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