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설립자 아들이 1988년 학내 분규로 손을 뗀 대학 재단 운영권을 되찾으려고 청와대와 감사원 등에 전방위로 로비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선대 이사진에 대한 표적 감사를 부탁하면서 청와대 행정관 등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조선대 설립자(고 박철웅)의 차남 박모씨(65)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고 8일 발표했다. 경찰은 또 박씨에게서 각각 3000만원과 5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브로커 김모씨(59)를 구속하고 청와대 행정관인 이모씨(44)를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자신이 재단 운영권을 장악하면 장례식장 등의 운영권을 주겠다며 지인들로부터 8억5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지난해 7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돼온 조선대 운영권을 되찾기 위해 이 돈을 청와대 행정관과 문화재단 대표, 지역 정치인 등에 뿌리며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박씨 일가는 대학경영 부실 등의 이유로 설립자 측 이사들이 대거 퇴출당하면서 1988년 대학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박씨는 2011년 8월 브로커 김씨가 알고 있는 감사원 인맥을 통해 조선대에 대한 표적 감사를 청탁하며 3000만원을 건넸다. 박씨는 이렇게 해서 현 이사진이 물러나면 자신의 측근을 이사진에 앉힐 의도였다. 2011년 12월엔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행정관 이씨에게 “청와대에서 조선대 문제를 부각시켜달라”며 500만원을 건넸다.

박씨의 ‘이사진 퇴출 로비’는 결국 실패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조선대에 대한 감사는 했지만 일반적인 대학 감사 형식이었다. 박씨는 이씨의 조언대로 청와대에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씨는 로비 자금을 모두 사기와 횡령 등으로 마련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는 이사 선임과정을 문제삼은 2007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조선대의 운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며 노모씨 등에게 장례식장과 매점 운영권을 내세워 8억5000만원을 받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