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노인들의 ‘발’까지 빼앗으려 해서는 곤란합니다. 젊은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무임승차 제도는 선별적 혜택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세대 갈등으로 몰고가는 건 적절한 움직임이 아닙니다.”

지난달 끝난 제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일부 네티즌들이 제기해 논란이 된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주장에 대해 최근 서울 광장동 대한은퇴자협회(KARP)에서 만난 주명룡 회장(68·사진)은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10년째 세대통합운동 ‘YOU’(youth old united)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주 회장. 해마다 세대 갈등 해결을 위한 토론회와 청·장·노년 함께 걷기대회 등을 벌여왔고, 지난 선거를 앞두고는 투표 독려 가두 캠페인을 벌였다. “은퇴자협회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단지 권리를 포기하지 말자고 독려할 뿐입니다.”

‘대선 결과도 그렇거니와 ‘정치색’이 분명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회원이 어떤 정당에서 임명장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을 보고 크게 화를 냈어요. 선거 후 일자리를 얻는 것도 아닌데 정치인들 필요에 따라 놀아나는 게 그렇게 좋냐고 야단도 쳤죠. 우리 협회에는 20대 회원도 많이 있어요. 10년째 세대통합운동을 해오면서 인연을 맺었지요.”

전국 회원 18만여명이 소속된 대한은퇴자협회는 2001년 주 회장이 주도해 만든 시민단체다. 1980년 9년간 근무했던 대한항공 승무원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간 주 회장은 주스가게로 시작해 10년여 만에 직원 400여명, 연매출 1000만달러 규모의 사업체를 키워냈다. 뉴욕 맨해튼에서만 맥도날드 프랜차이즈점 4곳을 운영했다.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내 한인식품협회장을 거쳐 1994년에는 뉴욕한인회장도 지냈다.

잘나가던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계기는 1997년 한국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였다. 당시 미국은퇴자협회(AARP) 회원이던 주 회장은 한국의 명예퇴직 확산을 보면서 무언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3년간 준비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2001년 협회를 조직하고 탄탄한 자금을 바탕으로 서울 마포에 1000㎡(약 300평) 규모의 사무실도 마련했다. 그러나 반응은 차가웠고 자금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3년 만에 지금의 본부가 있는 광장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수익 사업이 거의 없다보니 살림살이가 빠듯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밀알이 돼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2006년 시행된 역모기지론(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조달하는 제도), 2007년 국회를 통과한 연령차별금지법이 주 회장의 ‘대표작’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 일자리 전도사를 자처하는 주 회장.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라며 말했다. “퇴직이라는 벼랑에 떨어진 이후에는 누가 먼저 올라가느냐의 싸움입니다. 벼랑 아래에 너무 오래 있으면 움직일 힘이 없어집니다. 갈림길에서는 어느 방향이든지 빨리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