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올라서 매매가와 격차가 줄어들 경우 이것이 반드시 집값 상승의 신호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즉 전셋값이 올라도 요즘처럼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을 때는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아 매매가 오름세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건국대가 참여하는 부동산시장 모니터링그룹(RMG)은 7일 발간한 ‘2012년 4분기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실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주택의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이 뒤따라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전세가 오름세와 매매가 상승 사이에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오히려 경기 상황과 수급 불균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RMG는 2002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0년간 전국·서울·6개 광역시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증가율 변수 간 선후(先後)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에서는 주택 매매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인과관계가 나타났다. 매매가격 상승이 전셋값 상승을 불러일으키지만, 전셋값 상승은 반드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6개 광역시에선 주택 매매가·전세가 사이에 상호 영향이 있었다.

유주연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전세가와 매매가의 결정 요인은 다르다”며 “전세가격은 실제로 주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가치를 반영하고, 매매가격은 여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최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이 주택매매가 상승의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고,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 등 매매시장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값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RMG는 4분기 매매시장에선 취득세 인하 효과로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한 달간 늘어나다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중대형 평형의 매매가격은 하락이 계속됐다. 결국 임대시장에선 전세가 상승이 이어졌다.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올려주고서라도 이동하지 않으려 하면서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파주 등 일부 수도권에선 임대인의 주택가격이 대출금과 전세금 상환액의 합계보다 낮아졌다. 수도권과 지방 주택 분양시장에서는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