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통사 영업정지 첫날 매장 가보니…
영업정지 첫 날, KT와 SK텔레콤 '확성기' 더 커져
소비자들에게 "영업정지 직전이라 휴대전화 싸…지금이 기회" 홍보

불법 보조금 전쟁을 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철퇴를 맞은 이통사들. 7일 가장 먼저 영업정지에 들어간 LG유플러스 매장은 심드렁한 표정 속에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 기간을 '기회'(?)로 잡기 위해 확성기를 꺼내 들었다.

이날 사당동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매장을 찾자 하릴없이 앉아있던 직원들은 힐끗 쳐다본 뒤 마지못해 응대했다. "무슨 일 때문에 왔냐"고 물은 뒤 "지금은 기기변경만 가능하며 요금납부 등 기본적인 업무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마와 함께 스마트폰을 바꾸러 왔다는 중학생 박선경 양(15)은 "영업정지를 앞두고 스마트폰이 더 싸졌다고 해서 왔는데 오늘부터 시작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박 양은 어머니와 상의를 하다 바로 옆 KT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양의 어머니 김선숙 씨(47)는 "소비자의 구매를 막으면서까지 영업정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냐" 며 "한 달 뒤면 다시 보조금이 극성일 것 같으니 그때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유플러스와 달리 KT와 SK텔레콤은 신규 가입자 유치가 한창이었다. KT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이 "다음 주부턴 KT로 이동할 수 없는 것이냐"고 묻자 이 매장 직원은 가입을 서두르라고 재촉했다. KT의 영업정지는 다음 달 22일 시작된다.

길 맞은 편에 최근 문을 연 SK텔레콤도 질 세라 신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매장 바깥에선 한 여성이 춤을 추며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매장 직원은 "지금이 기회"라며 영업정지 전 이통사들의 파격 할인을 이용하라고 강조했다. 막판 보조금 경쟁으로 최대 30만 원까지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SK텔레콤은 이달 31일부터 22일간 영업이 정지된다.

숙명여대 일대에 몰려있는 이통사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평소에는 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스마트폰 바꾸고 가라"며 외치던 LG유플러스는 조용했다.

불과 하루 전인 6일까지 LG유플러스도 KT, SK텔레콤과 함께 막판 보조금 얹혀주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예약 가입이 가능한) 오늘(6일) 오후 7시까지만 이 혜택을 드릴 수 있다" 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오후 7시 전에 다시 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통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출고가가 90만 원대인 갤럭시S3를 17만 원에 판매하는 등 극심한 보조금 경쟁을 펼쳐 시장을 과열시킨 '벌'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통사들에겐 영업정지가 또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업정지 전날까지 신규 가입자 유치에 목을 맸다. 영업정지 기간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기기 변경' 혜택을 늘리고 유선상품 고객 유치에 힘을 쏟는다. 이통사들은 눈치 싸움 이전에 영업정지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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