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에 있는 단국대 부속 중·고교와 단국공고를 운영하는 단국학원이 “학교의 일조권이 침해되니 아파트 층수를 조정하라”며 인근 청실아파트 재건축사업조합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양측은 일조권 침해에 따른 대책을 지난해부터 논의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본지 2012년 8월31일자 A1,29면 참조

단국학원 측은 “당초 설계안대로 청실아파트가 재건축되면 단대부고는 평소보다 최대 2시간40분, 단대부중은 5시간, 단국공고의 경우 6시간20분 일조량이 줄어들게 된다”며 “교육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한 학교에 햇빛이 들지 않는다면 어떤 학부모가 학생을 보내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강남구 도시분쟁조정위원회는 “청실아파트 재건축 사업인가와 관리처분계획까지 진행된 상태여서 층고 조정 협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조합 측은 학원 측과 보상협의로 해결하고, 공사를 미루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착공을 허가하되 양측은 성실한 협의를 진행하라”는 조정 결정을 냈다. 단국학원 측을 대리하는 이승태 법무법인민주 변호사는 “조합 측이 성의있게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며 “건물 높이는 반드시 낮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은 학원 측이 제시하고 있는 신축 아파트 층고 조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합 측은 “아파트 층고를 낮춰달라는 건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얘기”라며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계획 등을 다시 진행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일조권 문제와 관련해 성실히 협상하려 했다”며 “학원 측이 법적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도 민사조정법에 의한 조정신청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실아파트 18개동 중 9개동의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조합은 지난해 9월25일 강남구청에 착공신고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국학원 측이 낸 공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공사 중단을 피할 수 없어 2015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는 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청실아파트는 강남권에서 드물게 소형 아파트를 포함한 단지다. 물량은 적지만 일반분양분 122가구 중 14가구가 전용면적 59㎡형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가 3000만원대 초반으로 확정될 경우 59㎡형의 분양가는 8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6년 입주한 대치동 ‘도곡렉슬’의 동일 면적 시세(7억8000만~8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향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