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축설계업계의 경영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지역 건축사 1인당 설계 허가 건수는 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시장이 크게 침체돼 있다. 국내에서 개업한 1만여명의 건축사 가운데 60% 정도는 1년에 고작 한 건 정도를 설계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4일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건축설계 허가 건수는 2만9631건으로, 건축사 1인당 2.49건의 설계 허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서울은 건축사 1인당 허가 건수가 1건에도 못 미치는 0.77건으로 가장 적었고, 세종특별자치시는 관공서 이전 등의 수요로 가장 많은 8.68건으로 집계됐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수임 건수가 하나도 없는 건축사들도 부지기수”라며 “2011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면적 2000㎡ 이하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서울 건축사의 약 70%가 수임 건수 ‘제로(0)’였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상위 10%의 건축사사무소가 70% 이상의 설계 업무를 수임하고 있는 것도 중소업체의 경영난을 가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 것도 시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건축계 전문가들은 설계업계 회생을 위해는 건설공사 발주·심의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설계·시공 등을 일괄계약하는 ‘턴키 방식’의 공사는 대형 건설사 위주로 발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건축설계 업체들의 참여가 원천봉쇄된다는 것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