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신설을 약속한 ‘미래창조과학부(가칭)’의 작명을 둘러싼 ‘부처 간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 부처의 이름에 따라 기능과 성격이 규정되고 이는 향후 어떤 부서가 주도권을 갖게 될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공약을 통해 본 미래창조과학부는 기획재정부의 장기전략, 교육과학기술부의 인재 육성 및 과학,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 및 기술정책, 지식재산권 기능 등이 ‘융합’될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거대 부처가 탄생하는 것이다. 자연 정부 부처들의 관심은 누가 중심에 서느냐다.

미래를 강조하다 보면 과학보다는 미래를 설계하는 기획부서의 성격이 강해진다. 자연 현재의 재정부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미래부가 여기에 해당된다. 창조에 방점을 두면 기술을 주관하는 지경부에 힘이 실리고 과학에 초점을 맞추면 과학계가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

재정부 측은 미래에 방점을 찍는 반면 과학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거대 기획부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부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서 명칭과 기능에 큰 변화를 겪어 왔다. 지난 정부에서는 과학기술부와 혁신본부, 이번 정부 들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이었다. 재정부, 교과부, 지경부 등은 “네이밍부터 밀리면 안 된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유행을 타는 단어를 사용해 부서 이름을 만들면 나중에 또다시 바뀔 수 있는 게 문제”라며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부 등 보편적인 이름을 채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측근 그룹에서도 일부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부처 간 이기주의로 필요한 기능이 배제될 수도 있고, 무턱대고 통합해 조직만 비대해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가 이관될 것으로 예상되는 옛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가 부활하는 셈인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와의 역할 조정과 교과부와의 과학기술인력 육성업무 분장 등도 과제다.

과학계는 새 부서가 지나치게 거대한 기능을 갖게 되면 공약의 원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이상목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신설 부서는 기초과학, 지식재산권에서부터 벤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국가혁신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은/김태훈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