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토리 부문 당선자 송하나 씨(21·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2학년)는 올해 한경 청년신춘문예 최연소 당선자다.

그는 심사과정에서부터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게임스토리 당선작인 ‘시인의 칼’뿐 아니라 장편소설 부문에 출품한 작품도 최종심에 올랐기 때문이다. 장편소설 심사위원들은 “이런 인재를 문단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게임스토리에 먼저 당선한 게 아쉽다”고 했다.

전주가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스토리에 재능을 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자유과제로 이야기를 짓고 만화책으로 만들어 제출했을 정도다. 자기 전엔 동생들에게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상상하는 걸 좋아해요. 수업 시간에도 교수님 단어 하나에 꽂혀서 멍하니 공상에 빠져요. 위인이나 외국 시인을 설명할 때면 그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르는 거죠. 정신이 들면 수업이 끝나 있곤 해요.(웃음)”

게임스토리 당선작 ‘시인의 칼’은 학교 수업에서 들은 시인의 이야기와 연금술적 상상력을 결합해 만들었다고 했다.

위대한 시인이자 연금술사인 세하르나타는 부패하고 문란한 사람들에게 분노하며 이런 세상을 징벌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연금술로 자신의 몸을 희생해 두 개의 검을 만든다. 과거를 베는 ‘세하르’와 현재를 베는 ‘르나타’. 이 두 검은 시공간을 조정할 수 있다.

세하르는 과거에 죽은 자를 소환하거나 직접 과거로 가 누군가를 죽이는 등 옛일을 바꿀 수 있다. 르나타는 누군가를 없애기 위해 과거로 간 자의 현재를 없앨 수 있다. 이 두 개의 검은 세상의 끝과 끝에 숨겨져 있다. 인간의 나라인 ‘연맹’과 ‘연합’은 이 검을 이용해 서로 싸운다.

세하르나타는 이 검이 서로 만나 연결돼 하나가 되면 검 속에 봉인돼 있던 자신의 영혼이 소환돼 ‘미래’를 부르도록 했다. 그러나 세하르나타가 정해놓은 미래는 단 하나, 멸망이다. 세하르나타의 외동딸인 세하나는 세상의 멸망에 맞서기 위해 아버지에게 대항한다.

그는 이 게임을 만들 때 시간에 관한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같은 인물이나 상대성 이론 등의 개념을 많이 접했다. 시간 개념을 게임에 넣어 차별화한 이유다.

“시, 문학, 연금술을 한데 묶을 공통점이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눈에 안 보이는 걸 다루니까요.”

그는 “최근까지도 ‘재능이 없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당선으로 큰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공부는 안 하고 이야기에 빠져 있던 딸을 응원해준 부모님께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으로 보답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어릴 때 집안의 빈 방에서 동생과 놀다가 예쁜 노트를 본 게 생각나요. 부모님이 옛날에 쓰신 시였죠. 어머니도 작가가 되고 싶으셨대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첫눈에 반하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당선 소감 ) "재능이 없나 생각했는데…좋은 작가로 보답"

올해가 아니면 못할 것 같아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힘들던 와중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감격스럽다.

신춘문예 응모를 위해작품을 준비하던 때는기말고사와 겹쳤다. 우체국 마감 시간을 재가며마감 당일까지 작품을 썼다. 종이가 모자라 양면인쇄를 하고 원고를 묶으려다 구멍만 낸 채 결국 제본을 하러 뛰어가면서 너무 속상했다. ‘이런 원고를 누가 읽어줄까’라는 생각에 원고를 부치고 자취방에 돌아와울기도 했다. 기대를 접고 편입 시험만 준비하던 중 당선 소식은 정말 큰 기쁨이었다.

늘 믿어주시고 내 꿈과 노력을 누구보다 많이 응원해주시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송선우, 어머니 김경순 두 분께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하늘, 우진 두 동생도 고맙다.실무 교육과 외주 작업, 많은 습작이 당선의 밑거름인 것 같다. 도와주신 전성희 교수님과 이주형 선생님, 늘 저를 지켜봐주시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응원해주신 모든 지인들께 감사드린다.

당선작 ‘시인의 칼’은 학교 수업에서 영감을 얻었다. 박형준 교수님의 수업 중 바슐라르에서 주인공의 이미지를, 이경교 교수님의 수업에서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세계관에 대한 모티브를 얻었다. 그 외 모든 교수님들의 수업과 열정에도 감사드린다.

생소한 게임스토리를 한다고 했을 때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제 한경 청년신춘문예를 통해 게임스토리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그 처음을 내가 시작하게 되어 설렌다. 더 좋은 게임을 위한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당선작 ‘시인의 칼’ 줄거리 바로가기

▷1992년 전북 전주 출생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2학년

심사평 ) "칼과 마법 · 과학이 공존하는 판타지 구현"


새로운 미디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대상, 그 물성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경험을 해석하는 적극적 행위의 지평 자체가 여전히 이전의 미디어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스토리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사와 동궤로 놓을 만큼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게임 혹은 놀이를 즐겨왔다. 그러나 과연 게임의 어떤 점이 우리를 사로잡았는가에 대해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올드 미디어의 지평 위에서 게임이라는 좌표를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매체적 고민 속에서 응모작을 심사하면서 두 가지 측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우선 전통적인 이야기의 충실함을 견지하면서 게임의 ‘주체성’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기존 이야기 틀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야기의 ‘설계도’를 구성하려는 시도다.

SF 스토리텔링의 재미를 담아낸 응모작 ‘골든에이지’나 설화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 ‘악바리전’이 전자의 예라면, 태초의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담은 ‘잠든 여명’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게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완전한 자기의 목소리를 갖출 때까지는 이 두 가지 모두의 가능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이 부분에 심사위원들이 동의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송하나의 ‘시인의 칼’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칼과 마법, 과학이 공존하는 판타지 세계를 충실하게 구현했으며, 시공을 넘나들면서 세계와 아버지를 구하는 주인공의 모험을 흥미롭게 구성했다.

전형적인 액션 어드벤처를 넘어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 역시 ‘게임’과 ‘스토리’의 필요조건에 부합한다.

박상우·김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