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强) 특사’ 파견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분야 한 참모는 30일 “박 당선인이 한반도 주변 4개국에 특사를 보낼지 말지, 보낸다면 언제 누구를 보낼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은 당시 주변 4강과의 관계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전에 시급히 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다르고 각국에서 특사를 보내오는 마당에 굳이 거꾸로 특사를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월 초 4강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한 뒤 중순에 중량급 인사들을 보냈다. 이 대통령과 대권 후보 경쟁을 벌였던 박 당선인도 중국 특사로 파견됐다. 미국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일본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러시아는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던 이재오 의원이 각각 특사를 맡았다.

일각에서는 4강 특사 파견이 좀 늦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박 당선인의 조용한 정권인수 기조와 무관치 않다. 특사를 보낸다면 후보군으로 박 당선인과 대권경쟁을 벌였던 당내 인사나 핵심 측근 중 중진의원, 대선 승리에 기여한 선대위 주요 인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박 당선인은 내달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단을 면담하면서 외교역량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에 오른다. 외교분야 참모들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이날 특사 면담에서 한·일 외교관계의 전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우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는 지속해 나가겠다는 포괄적인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 정치의 우경화 현상에 대한 우려 표시는 박 당선인이 아직 대통령직에 취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완곡하고 신중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참모들은 전했다.

박 당선인은 급격한 우경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아베 내각을 견제하는 동시에 한·일 외교의 경색국면을 타개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외교분야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한·일 관계에 대한 기본 입장은 견지하면서도 이명박 정부와 축하사절단에 대한 배려는 그대로 하는 균형 감각을 보여주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