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16강 윤곽이 드러났다. 호날두, 메시 등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초점을 관중석으로 옮기면 한 가지 의구심이 생긴다. 경기가 펼쳐지는 저 유럽이 전 세계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한 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맞는 것인가? 국가 재정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6만석이 넘는 축구 구장은 언제나 만석이고 관중들의 열기는 미디어를 통해 이곳까지 전해진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주거래 은행이 파산위기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주변환경은 매우 악화됐다. FC바르셀로나는 주주인 시민들의 후원금이 감소하는 등 심각한 구단 경영난에 봉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는 2010~2011년 시즌 전 유럽 리그 내 평균관중 수 1위와 3위를 기록하는 등 재정위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관중동원력을 보인다.

이런 성과는 오랜 역사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유럽인의 성향과 함께 스포츠가 진정한 비즈니스 콘텐츠로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역시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인기비인기 종목에서 골고루 선전하면서 새벽 중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스포츠의 콘텐츠 가치와 이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나아가 산업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30조원 이상 규모로 양적 성장한 국내 스포츠산업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산재하고 있다. 산업체의 영세성, 글로벌 경쟁력 부족, 스포츠마케팅 전문 인력 부족, 노동시장의 불균형 등 질적인 안정화가 양적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스포츠산업진흥법이 제정돼 법적 기틀이 마련됐지만 프로스포츠 활성화, 공공체육시설의 사업화, 스포츠시설 및 용품 인증제 등 다양한 공공 및 민간 스포츠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비전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스포츠산업체의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스포츠 융복합을 통한 신사업 개발 등 스포츠산업의 현안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스포츠산업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재원과 과제를 수행할 스포츠산업 전담기관이 필요하다.

이 기관을 통해 국내 스포츠업체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과 재정지원, 스포츠 창업과 스포츠 마케팅에 필요한 스포츠펀드 조성,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구인 및 구직 정보 체계화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다.

더불어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체계적 양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스포츠산업 인재 양성 대학은 20여개며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학은 1개 대학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300여개 대학에 스포츠산업 관련학과가 개설돼 스포츠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재정투입이 필요하다. 스포츠산업이 정보통신, 미디어, 관광, 마케팅, 의료 등과 결합해 새로운 스포츠 융합산업 시대인 스포츠 비즈니스 3.0시대가 오고 있다. 이런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맞춤형 전문 인력의 양성은 국내 스포츠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이다.

국내 스포츠산업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 같다. 세계 5위의 스포츠 선진국에서 스포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가 이미지 제고, 국민의 자긍심 함양 등 스포츠를 통한 결과지향적인 정책에서 비즈니스 지향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포츠가 원석으로서의 가치가 있었다면 이제는 다이아몬드로 다듬어내는 세밀하고 체계적인 공정이 필요한 때다. 이 다이아몬드는 단순히 스포츠만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심이 될 것이다.

김종 < 한양대 체육대학장 스포츠산업학 chongkim@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