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천시와 롯데쇼핑 간 인천터미널 매각절차를 중단해달라는 신세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이 임차 방식으로 영업 중인 인천터미널 건물과 부지를 롯데쇼핑이 통째로 사들이는 인수계약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신세계 인천점을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의 공방이 새 국면에 접어들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인천지법 민사21부(김진형 부장판사)는 신세계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인천터미널 매각절차 중단 및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26일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인천시는 지난 9월27일 남구 구월동 인천터미널 부지 및 건물을 롯데쇼핑에 8751억원에 매각하는 투자약정(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달 말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달 초 잔금 납입 후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각이 이뤄지면 연간 7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대형 점포인 인천점을 임대차계약이 끝나는 대로 롯데에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인 신세계가 매각 절차를 문제삼고 나섰다. 인천시가 신세계 등 인수후보를 배제하고 롯데쇼핑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 협상을 벌인 점과 투자약정 내용이 적법하지 않다며 10월23일 법원에 매각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투자약정서 중 신세계가 제기한 ‘금리보전 조항 특혜’ 주장을 인정했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부지 및 건물분에 대해 인천시가 백화점 건물의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조달금리 등 비용을 롯데쇼핑 측에 보전해준다’는 내용이 “사실상 매매대금을 깎아주기 위한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매각대금 8751억원에서 금리보전 예상금액을 빼면 실제 매각가는 감정가인 8682억원보다 1291억원 낮아져 “감정가 이하로 매각할 수 없도록 한 공공재산 매각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조달금리 보전비용이 부동산 매매대금과 감정가 차액(63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인 점으로 미뤄 사실상 부지와 건물을 감정가 미만에 매각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또 “인천시가 처음에는 감정가 이상으로 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신세계가 감정가 이상 매수를 포기하자 이후 입장을 바꿔 롯데쇼핑에는 사실상 감정가 미만에 팔기로 한 것”이라며 “시가 신세계와 롯데쇼핑을 차별 대우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즉각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천시가 법원 결정에 상응하는 적법한 후속 매각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매각절차가 합법적으로 재개될 경우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 기각’을 확신하던 인천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법원 판결에 대해 고등법원에 항고할 것인지, 매각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인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법률적 검토와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도 “인천시 대응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원 판결문을 먼저 검토하고 어느 단계부터 다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송태형/인천=김인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