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을 만난 26일.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오늘 분위기는 어땠나요”라고 물었다.

이날 회동은 당선인이 재계 총수들과 갖는 첫 만남으로, 차기 정부의 기업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전경련에 물어보라”는 말뿐이었다. 회동이 끝난 뒤 전경련을 대신해 당선인 측 조윤선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행사 분위기가 좋았냐”는 질문에 “화기애애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박 당선인의 발언에는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있었다. 그는 “경영목표가 이윤 극대화에 머물러선 안 되고, 공동체와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전에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고통분담부터 하고, 골목상권을 침범하지 말아달라”는 말 역시 참석자들에게 예사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대기업의 성장에는 국민들의 희생과 국가 지원이 있었으니, 대기업도 이에 맞춰 변화해 주길 바란다”는 촉구도 빼놓지 않았다.

이날 전경련 행사에 앞서 있었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당선인의 어조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 제일 먼저 왔다”며 “중소기업이 경제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가슴에 많은 애환을 안고 살았지만, 이제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웃음꽃이 얼굴에 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대기업 회장들보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들을 먼저 만났다.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전경련 회장단과의 회동은 예정보다 15분 늦게 시작했고, 할애된 시간 역시 중소기업보다 10분 이상 적은 30여분에 불과했다.

박 당선인은 전경련 회장단과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저만 웃고 찍는 것 같네요”라고 했다. 그의 이 같은 농담에도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는 게 배석자들의 전언이다. 당선인 측은 이런 분위기를 “화기애애했다”고 정리했다. 이런 온도 차가 당선인에 대한 고정관념인 ‘불통(不通)’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