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책을 쓰고 강연 활동을 해온 김정현 씨는 지난달 세무서에서 인세와 강연료 수입을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다시 신고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급히 세무사 사무실을 찾았더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것과 비교해 세금이 107만원이나 더 늘어난다는 것. 김씨는 기타소득 신고시 돌려받았던 세금 86만원을 다시 납부하고 21만원도 추가로 내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은 최근 인세 강의료 자문료 고문료 등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소득을 매년 반복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득신고 항목을 사업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세무당국이 기타소득을 사업소득 신고로 변경해줄 것을 개별적으로 안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청과 중부청은 각 지역 세무서를 통해 200여명에게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들 대부분이 사업소득으로 정정 신고를 마쳤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 같은 정정신고 대상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보고 내년부터 신고 기준 변경 지침을 전국 단위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소득세법 21조는 원고료 인세 강연료 심사료 자문료 등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득이라고 하더라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사업소득이 된다는 게 국세청의 해석이다. 소득세법 19조 20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자기 계산과 책임 하에 계속적·반복적으로 행하는 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에 대해 사업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면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때에 비해 세금이 크게 늘어난다. 앞서 김씨의 경우 2011년 인세 수입이 4800만원에 달하지만 기타소득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기타소득은 전년도 소득에 관계없이 수입 금액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 20%만 과세 소득으로 삼기 때문이다.

김씨가 올린 소득의 20%인 960만원에 대한 세금(소득세율 6%)은 57만6000원. 이미 원천징수로 144만원을 납부한 상태여서 김씨는 86만원을 다시 돌려받았다.

하지만 사업소득은 직종에 따라 50% 안팎의 경비(단순경비율)만 인정하기 때문에 과세 표준이 크게 올라간다.

김씨의 경우 4000만원까지는 경비로 인정하는 비율이 64.4%, 4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50.2%를 적용한다. 이 비율을 적용한 세금은 165만원으로 이미 낸 세금(144만원)을 제하고도 21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국세청이 신고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은 강연료 인세 자문료 등을 반복적으로 받는 이들의 상당수가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하는데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매년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 중 상당수는 개인사업자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며 “인세수입자 전부가 해당되는 것은 아닌 만큼 대상자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