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4개월 임기의 후임 원내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기로 24일 결정했다.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을 주도할 비대위원장에 외부 인사의 영입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당 혁신의 폭은 좁아질 전망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는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문재인 전 대선 후보에게 비대위원장 지명권이 있느냐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충돌했다. 비주류의 노웅래 의원은 “문 전 후보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비주류인 김동철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주류 친노(친노무현)·486 세력은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마라”며 친노책임론을 제기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더 이상 친노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부관참시하는 것”이라고 중재에 나섰다.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 전 후보가 대표대행으로 등록된 상황”이라며 “문 전 후보도 후임 비대위원장에게 권한을 빨리 넘기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무위는 문 전 후보에게 위임된 법적·통상적 대표 권한은 유효하지만 비대위원장 지명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내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은 주류와 비주류 인사 간 첫 세 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임 원내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임기가 잔여기간 4개월이다. 당장 1월 국회 법안 처리와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게 된다. 여기에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준비와 당 혁신작업을 수행할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하게 된다. 한 당직자는 “당무적으로 과부하에 걸릴 것”이라며 “원내 일도 많은데 정당 쇄신 작업까지 하기엔 역부족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당내 인사가 갖는 한계도 지적된다. 한 주류 측 인사는 “당내 인사로 돌려 막기 해서 당 혁신이 얼마나 이뤄지겠느냐”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같은 분이 비대위원장을 맡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에 따라 정치 혁신 과제는 당 바깥에 있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세력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민연대’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안 전 원장 측 복수의 관계자는 한동안 독자세력화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과 거리 두기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대는 26일 대표자 회의를 갖고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문 전 후보는 국민연대 존속을 주문하며 “민주당이 더 큰 ‘국민정당’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