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 타려면 6시 칼퇴근 '세종 스타일'
‘정시 칼퇴근에 보고는 온라인으로, 주말근무는 생략.’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로 정식 입주한 지 1주일 만에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근무 패턴이 확 달라졌다. 열악한 주거, 근무환경 탓에 야근은 자취를 감췄고, 실국장 보고 역시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밤늦게 사무실을 환히 밝히던 야근이 싹 사라졌다. 세종시 아파트 입주가 늦어져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세종시 전체 근무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2000여명에 달하면서 칼퇴근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저녁 6시무렵 퇴근버스의 출발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하던 일을 허겁지겁 정리하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다반사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중 교통수단이 전무해 퇴근버스를 놓칠 경우 귀가할 수 있는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에 과장들이 직원들의 퇴근을 독려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실국장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 청사로 출장이 잦아지면서 온라인 보고로 대체되는 것도 또 다른 특징. 1주일에 이틀가량은 관계부처 회의와 장관 보고를 위해 실국장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전화로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와 결재도 온라인으로 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매주 일요일 오후 사무실에 나와 각종 회의자료를 챙기는 주말근무도 사라졌다. 대신 업무 자료를 보안 메모리카드에 저장해 집이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재완 장관은 직원들에게 “이제는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업무방식, 즉 세종스타일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출장비가 부쩍 늘고 원격근무로 보안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점은 부담이다. 예산실 관계자는 “서울 왕복 비용이 약 5만원으로 과천보다 2배 이상 든다”며 “내년에 재정부에 책정된 출장경비가 올해보다 4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세종=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