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이 국내 LPG(액화석유가스)와 휘발유 시장을 소리 없이 확장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을 등에 업고 삼성토탈이 자체 폴(간판) 없이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민간 시장에 풀린 삼성토탈의 LPG 물량이 11만t을 넘어섰다. LPG 수입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SK가스와 E1이 공급하는 물량의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삼성토탈’이라는 폴을 단 충전소는 찾아볼 수 없다. 독자적인 소매 네트워크 없이 도매로 물량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삼성토탈은 석유화학공정 중에 부산물로 나오는 LPG만 판매하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입에 나서며 4만~5만t이던 내수 물량을 2배가량 늘렸다. 2010년 본격적인 판매를 위해 충전소 브랜드를 내걸었다가 영업,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해 소매업에서 발을 뺐다.

LPG업계 관계자는 “신규 LPG 수입사의 등록 조건을 완화해 경쟁을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에 편승해 기존 LPG 공급사들의 도매 거래처를 주로 공략하고 있다”며 “부산물이나 쓰고 남은 LPG를 내놓으니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삼성토탈은 ‘부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공급할 때 인하한 가격은 유통 단계에서 흡수돼 실제 판매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으로 삼성토탈은 부산물로 나오는 휘발유 반제품 공급량도 늘려가고 있다. 삼성토탈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휘발유 반제품은 석유공사의 처리공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알뜰주유소에 공급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부터 월간 4만3000배럴 수준이던 삼성토탈의 공급량을 이달 8만6000배럴로 늘리고 내년부터는 12만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과점 구조를 깨기 위한 것이라지만 기름값 인하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삼성토탈은 정유업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해도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안정적인 내수시장 공급 인프라를 확보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