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씨(26·여)는 평소 폭이 좁고 굽이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 10cm가 넘는 하이힐 때문인지 그녀는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지만 보기와 달리 남모를 고민이 있다. 바로 조금만 걸어도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퉁퉁 부어오르는 발 때문에 고통스럽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같이 하이힐을 신고 출근을 하던 이씨는 평소보다 더욱 극심한 발 통증으로 걸음을 떼기조차 힘들었다. 걱정이 앞선 나머지 서둘러 병원을 방문했고, 검사 결과 이모씨는 다름아닌 ‘무지외반증’을 진단받았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15도 이상 휘어지면서 통증을 유발시키는 족부질환 중 하나다. 엄지발가락이 휘어짐과 동시에 안쪽발 볼이 튀어나온다. 신발을 신으면 발바닥과 발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상당히 커지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증상이 악화될수록 휘어지는 각도가 커지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라기항 연세바른병원 강남점 원장은 “무지외반증이 나타나는 원인은 크게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뉘는데 비율로 봤을 때 후천적인 요인이 더 많다”며 “굽이 높고 볼이 좁으면서 앞쪽 모양이 뾰족한 구두를 자주 신게 될 경우 체중이 발가락으로 쏠리게 되면서 발에 무리가 오는데, 이 경우 십중팔구 무지외반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라 원장은 또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 원인, 평발을 가지고 있거나 볼이 넓은 발을 가진 사람에게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은 외관상으로도 보기 흉할 뿐 아니라 증상이 심해지면 발, 무릎 뿐 아니라 허리까지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지외반증 환자들은 발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탓에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라 원장은 “무지외반증은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경우 올바른 신발 착용이나 소염제 처방으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교정 안창이나 특수교정신발 착용을 통해 교정과 동시에 더 이상의 변형을 막아주는 보존적 요법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정상 보행이 힘들만큼 질환이 진행된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이 때에는 돌출된 부위와 치우친 뼈를 수술적 방법으로 교정시켜주는 무지외반증 교정술로 치료할 수 있다.

치료와 함께 평소 올바른 습관을 생활화한다면 발 건강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신발을 고를 때 발 길이보다는 발 폭에 맞춰 고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여성들의 경우 굽이 높고 앞 코가 뾰족한 하이힐 착용을 줄이고 남성 역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키 높이 깔창을 발에 무리가 갈만큼 과하게 착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