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의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이 19일 재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됨에 따라 서울시 현장 교육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문용린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혀온 데다 비교적 큰 표차로 진보진영 이수호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다만 새 교육감의 임기가 전임자의 잔여 임기인 1년6개월에 불과해 변화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당선자는 그동안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곽 전 교육감의 주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무리하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면서 냉·난방, 화장실 보수 등 시설 예산이 부족해졌다. 더 늘리려면 또 다른 예산까지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선 순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수 학교에 일반 학교 운영비의 두 배(연간 1억5000만원)를 주는 것은 형평성은 물론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혁신학교 지정 운영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여왔다. 곽 전 교육감 때 가장 큰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교권과 학생인권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전면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시와 시교육청이 2013년 중2, 2014년 중3에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보수 성향의 문 당선자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민주통합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것이어서 폐지 과정에서 시의회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문 당선자는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교권 강화 등 주요 공약들을 곧바로 정책으로 실행할 계획이다. 시험의 형태와 시행 여부는 교육감 고유의 권한이다. 중1 단계에서 진로 교육·탐색 강화 공약도 교육감 취임 직후 실행할 수 있는 정책으로 꼽힌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공약한 학교 방문 사전 예약제도 큰 무리 없이 시행될 전망이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무행정 전문인력 배치 정책도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 당선자에게 당면 우선 과제는 예산과 인사 문제다. 시교육청은 2013년도 예산을 7조3689억원으로 편성했으나 시의회가 누리 과정을 기존 5세에서 3~4세까지 확대하는 비용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라며 예산안 통과를 보류해 시의회와 협의를 벌여야 한다.

인사도 주목된다. 1월 교육청 일반직 정기인사와 3월 교원 인사가 예정돼 있다. 곽 전 교육감이 개방형 공모직으로 전환해 자신의 측근들을 줄줄이 앉혀 논란이 일었던 서울시교육연수원장,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 감사관 자리에 문 신임 교육감도 측근들을 기용할지, 예전처럼 일선 교사들을 기용할지도 관심거리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