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 해결할 대통령 원해…정책 아닌 흠집 대결…다소 실망"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등록금 문제도 풀 수 있을 것 같은 대통령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

19일 오전 6시. 새내기 대학생 최용진 군(아주대 문화컨텐츠학과1·사진)은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족들과 함께 경기 수원 원천동 제6투표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최군은 “처음으로 주어진 권리를 누구보다 먼저 행사하고 싶었다”며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함께 할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고 싶었다”고 투표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올해부터 등록금의 절반만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투표를 통해 얼마든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주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책 대결보다는 서로를 헐뜯는 ‘비방전’으로 변하면서 그는 실망도 했다. “국정원 여직원 선거운동 개입 의혹 논란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 등을 보면서 정책으로 차별화하려는 게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쟁점화하는 데만 몰두하려는 모습이 보여 안타까웠다”는 그는 “공약을 보고 대통령을 뽑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정직해 보이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군은 꼭 1년 전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절감했다. 그래서 공약 가운데 공교육 활성화 여부를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공약 가운데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을 더 명확히 제시한 후보가 누구였는지 비교해봤다”는 그는 “공교육 활성화를 통해 사교육 없이도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희망을 드러냈다.

그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일반인들이 서로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 참여 인증 사진을 찍으면 특정 업체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캠페인이 유행하는 등 투표권 행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시민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며 “대선후보들의 TV토론 내용이 SNS나 인터넷, 언론 기사로 널리 퍼지면서 젊은 층에서도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내 손으로 뽑은 첫 대통령…다문화 가정 관심 가져 주세요"

“대한민국을 잘 살게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돼 주었으면 합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 관심도 많이 가져주세요.”

베트남에서 건너온 결혼이민자 김하희 씨(41·사진)는 19일 선거가 첫 번째 대통령 선거 투표다. 그는 1998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처음온 후 2003년 결혼해 2008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일반 외국인은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해야 귀화신청을 할 수 있는데 비해 결혼이민자는 만 2년 이상 거주하면 귀화신청이 가능하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누리콜센터에서 다문화가족 대상으로 고충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김씨는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 4월 총선에 이미 투표한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투표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기분이 설레었다고 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는 건 처음이에요. 간접선거를 치르는 베트남에선 한 번도 못해본 경험입니다.”

그는 이날 오후 남편, 두 딸과 함께 집 근처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했다. 김씨는 대선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봤다고 했다. 김씨가 가장 눈여겨본 건 다문화가정 관련 공약.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교육 및 결혼이민자 대상 일자리 지원 대책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김씨가 원하는 차기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이면 당연히 국가와 국민들을 잘 살게 만드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뽑은 후보가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차기 대통령이 다문화가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결혼이민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인 지원 대책은 부족한 것 같다”며 “정부가 다문화가족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김씨에게 한국의 정치 문화는 어떻게 비쳐질까. 그는 “베트남과 달리 한국에선 가정이나 직장 등 어느 곳에서든지 정치에 대한 열기와 관심이 높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베트남에선 정치인들이 무슨 행동과 말을 하든지 일반 사람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며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