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하고 있는 대한해운이 2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이달 초 매각을 결정한 STX팬오션과 함께 국내 1, 2위 벌크선사가 새주인 찾기에 나섰다. 기업들의 자금상황이 어려운 데다 해운 시황도 밝지 않아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한해운, 주인찾기 ‘시동’

대한해운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수·합병(M&A) 용역계약체결허가 등을 제출하고 매각 허가신청을 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4부는 20~21일께 매각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매각 방식은 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하며, 주관사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로 현대글로비스, 삼성물산, 대우조선해양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해운은 운용선단 기준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에 이어 국내 4위 해운사이며 벌크선사 중에선 STX팬오션에 이어 2위다. 벌크 시황 악화로 배를 빌려 마진을 더해 다른 선사에 이 배를 또다시 빌려주는 다단계 구조의 ‘용대선 체인’에 균열이 생기면서 지난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연간 매출은 2009년 기준 2조2793억원으로, 지난해에는 매출규모가 7571억원으로 쪼그라들고 233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대한해운은 법정관리 이후 자산매각을 통한 몸집 줄이기와 유동성 확보, 용선계약 해지 등을 통해 M&A를 위한 사전작업을 해왔다. DIP파이낸싱 방식(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이 법원 허가를 받아 금융기관에서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제도)으로 8500만달러가량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으며, 용선계약을 추가로 해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211척의 용선계약 가운데 일부를 해지해 60척의 계약을 유지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용선 리스크를 줄이고 유동성이 확보되면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수할 업체 마땅치 않아

국내외 경기침체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11개 해운업체 가운데 10위권 선사인 티피씨코리아를 비롯해 7곳이 파산을 신청한 상황이다.

대한해운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올해 3분기 누적 적자가 심해 정확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평가마저 엇갈린다. 1~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4522억원으로 846억원의 영업손실과 133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반면 지난 3분기 기준 회생채무는 회생채권금액 9126억원, 미확정회생채권 607억원 등 1조원에 육박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의 매각가치는 16척의 전용선대의 잔존가치와 수익성, 이것을 통해 10년간 1조원에 이르는 회생채권을 갚아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BDI(벌크운임지수) 3000~3500포인트로 추정되는데 BDI가 1000으로 내려온 상황에서 회생안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라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