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과 엘리트들이 대거 자국을 떠나 해외로 이민을 가고 있다. 이민 국가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투자 이민이 대부분이어서 중국의 국부와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15만명 이상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갔다. 이들은 주로 35~55세의 민영기업가, 자영업자, 기업 고위 임원 등이어서 중국 민간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과세계화연구센터가 ‘2012 국제이민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민으로 국부 유출 심각

이 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개인 자산 1억위안(약 175억원) 이상을 보유한 기업인 중 약 27%는 이미 이민을 결정했고, 47%는 이민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이 1000만위안(약 17억원)을 넘는 사람들 가운데는 60% 이상이 투자 이민을 결정했거나 고려 중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3년 동안 최소 170억위안(약 3조원)의 자금이 이민으로 인해 중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많은 국가들은 30만~100만달러를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제주도 역시 외국인이 5억원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면 국내 거주자격을 주고 5년 후에는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 외국인들은 제도 도입 후 지난 9월 말까지 284건 1944억원 규모 제주도 부동산을 구매했고, 125명이 거주자격비자(F-2)를 받았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지난해까지 중국에서는 224만5100명이 유학을 갔지만 중국으로 돌아온 사람은 81만8400명에 불과했다.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과세계화연구센터 주임은 “유학 인재가 자국으로 돌아오는 회귀율은 국제적으로 평균 50~60%에 달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36.5%를 기록했다”며 “인재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민 목적은 자녀 교육과 재산 보호

지난해 중국에서 이민자들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순이었다. 미국에서 지난해 영주권을 받은 8만7000명 중 50만달러 이상을 갖고 나간 투자 이민자는 3340명이었다. 미국 투자 이민자의 절반이 중국인이었다.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중국인들은 전체 투자 이민의 75%와 60%를 각각 차지했다.

이들이 해외 이민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이었다. 이 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이민의 직접적인 이유로 자녀 교육을 꼽았다. 이들은 “중국의 대학은 상상력과 창조력이 결여된 학생들만 배출한다”며 “중국에는 세계 5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12개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이민을 간다고 응답한 사람도 43%나 됐다. 중국의 많은 부자들은 정부가 사유재산을 뺏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유재산보호제도가 완벽한 서방 국가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외에도 높은 생활수준, 다자녀 출산, 낮은 세금 등이 이민의 원인으로 꼽혔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