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실제 상황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할머니와 아저씨 모두 참 친절하죠. 언어적으로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아닐지 몰라도, 두 분의 마음은 따뜻해졌을 겁니다. 친절과 ‘오지랖’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시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소통이 그립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