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문학인생 첫 여자 주인공…제가 연애하듯 행복하게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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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설 '단 한 번의 연애' 출간한 성석제 씨
“여성의 입장에서 말하고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사고로 남성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써왔구나’ 싶었죠. 그래서 여성의 성장을 담은 연애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손으로 연애소설을 쓰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 씨(52·사진)가 신작 장편 《단 한번의 연애》(휴먼앤북스)를 펴냈다. 1986년 등단 이후 처음으로 쓰는 연애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쓰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쌓여 있던 여성 관점의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며 “펜촉의 작은 구멍으로 쏟아져 나오는 듯한 이야기들을 행복하게 써내려갔다”고 했다.
소설의 줄기는 주인공 세길과 민현의 연애와 성장이다. 세길은 동해안의 어촌 구룡포에서 태어난 평범한 소년이다. 세길은 인형 같은 신비로움을 가진 똑똑한 민현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민현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세길을 찾으며 애를 태운다. 하지만 세길은 평생 한결같은 마음으로 민현의 곁을 지킨다.
소설은 단순한 연애담은 아니다. 민현과 세길의 인생을 통해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들의 고교 시절로 산업화 시기를, 대학 시절은 민주화를, 사회생활을 통해서는 세계화의 격랑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식이다.
“삶의 변화와 여정을 끈질기고 치밀하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연애를 활용한 거죠. 성장소설이라는 건 결국은 역사와 얽힐 수밖에 없습니다. 격동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20세기 후반을 살아간 어떤 개인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죠.”
그는 처음부터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안전하고 따뜻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도 모성에 따른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여성성이 남성성보다 세상에 훨씬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데다 이제는 여성의 사회적 능력도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자 주인공 세길은 지극히 평범한 사고로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민현의 다른 남자를 질투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민현을 항상 기다리며 살아간다. 이런 사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현답을 내놨다.
“남녀를 바꿔놓고 생각하면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 않나요. 남자가 사업을 하면서 남모르게 정의를 실천하고, 바깥에 나가서 일하다가 돌아오는 건 자연스럽죠. 여기서 남성을 여성으로 바꿔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물론 세길도 질투가 안 날 수 없고 괴롭겠지만 민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결국 이긴 거죠.”
그는 주인공의 사랑에 감정이입을 하며 행복하게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저도 모르게 쓰고 나서 보니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이거나 제가 겪은 경험이기도 했죠. 중학교 시절 서울로 유학왔던 생각도 하고, ‘이게 언제적 경험이더라’ 하면서 돌이켜보기도 하고요. 사랑은 역시 좋은 것 같아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 씨(52·사진)가 신작 장편 《단 한번의 연애》(휴먼앤북스)를 펴냈다. 1986년 등단 이후 처음으로 쓰는 연애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쓰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쌓여 있던 여성 관점의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며 “펜촉의 작은 구멍으로 쏟아져 나오는 듯한 이야기들을 행복하게 써내려갔다”고 했다.
소설의 줄기는 주인공 세길과 민현의 연애와 성장이다. 세길은 동해안의 어촌 구룡포에서 태어난 평범한 소년이다. 세길은 인형 같은 신비로움을 가진 똑똑한 민현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민현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세길을 찾으며 애를 태운다. 하지만 세길은 평생 한결같은 마음으로 민현의 곁을 지킨다.
소설은 단순한 연애담은 아니다. 민현과 세길의 인생을 통해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들의 고교 시절로 산업화 시기를, 대학 시절은 민주화를, 사회생활을 통해서는 세계화의 격랑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식이다.
“삶의 변화와 여정을 끈질기고 치밀하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연애를 활용한 거죠. 성장소설이라는 건 결국은 역사와 얽힐 수밖에 없습니다. 격동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20세기 후반을 살아간 어떤 개인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죠.”
그는 처음부터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안전하고 따뜻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도 모성에 따른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여성성이 남성성보다 세상에 훨씬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데다 이제는 여성의 사회적 능력도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자 주인공 세길은 지극히 평범한 사고로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민현의 다른 남자를 질투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민현을 항상 기다리며 살아간다. 이런 사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현답을 내놨다.
“남녀를 바꿔놓고 생각하면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 않나요. 남자가 사업을 하면서 남모르게 정의를 실천하고, 바깥에 나가서 일하다가 돌아오는 건 자연스럽죠. 여기서 남성을 여성으로 바꿔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물론 세길도 질투가 안 날 수 없고 괴롭겠지만 민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결국 이긴 거죠.”
그는 주인공의 사랑에 감정이입을 하며 행복하게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저도 모르게 쓰고 나서 보니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이거나 제가 겪은 경험이기도 했죠. 중학교 시절 서울로 유학왔던 생각도 하고, ‘이게 언제적 경험이더라’ 하면서 돌이켜보기도 하고요. 사랑은 역시 좋은 것 같아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