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소프트웨어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서비스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스포츠산업 비전 제시 포럼’이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다. ‘한국 스포츠산업,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서는 학계와 업계 등 스포츠산업 관계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인된 스포츠 시장 데이터도 없어

포럼은 한국 스포츠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지적으로 시작됐다. 발표자로 나선 골프클럽 샤프트 업체인 MFS코리아의 전재홍 대표는 “정부가 제대로 된 스포츠산업의 기본 데이터조차 갖고 있지 않다”며 “2009년 정부는 스포츠산업 규모가 33조원이라고 했지만 우리 조사에 따르면 골프산업만 25조원에 이를 정도”라며 정책적 판단을 위한 통계 수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산업에 대한 정책적 인식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강호정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문화체육관광부 조직에서 스포츠산업과가 체육진흥과에 흡수돼버렸다”며 “스포츠산업이 신성장산업이라고 하면서 주관하는 독립 부서도 없이 어떻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모태펀드 조성해 산업 육성해야”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서는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게 필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 대표는 “국산 제품은 질이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에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에 밀린다”며 “좋은 브랜드는 곧 서비스의 질이자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술 연구·개발만 지원하고 있는데 서비스 부문의 연구·개발도 지원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지원 방법 가운데 모태펀드를 조성하는 게 가장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는 “영화와 게임산업은 10년도 안돼 이렇게 성장했는데 스포츠는 이보다 훨씬 큰 산업”이라며 “모태펀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펀드 100개 중 10개만 대박을 터뜨려도 성공”이라고 덧붙였다.

전용배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도 “정부가 스포츠산업 관련 기업을 인큐베이팅 차원에서 펀드를 만들어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프로스포츠 시장을 키우기 위해 스포츠 에이전트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남희 조이포스 사장은 “K팝은 SM, JYP 등이 살렸다”며 “프로스포츠 시장을 키우기 위해 이 같은 에이전트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동반성장해야

심 대표와 김완태 LG세이커스 농구단장은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연합회가 예산을 따로 갖고 경쟁하고 있는데 프로와 아마추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며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선수들이 은퇴 후 생활체육 지도자로 일하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체육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단장은 “중국과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스포츠산업에 적용시켜야 한다”며 “중국 관광객을 농구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중국 선수를 프로농구단이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모기업의 해외마케팅에도 효과적일 것이다”고 제안했다.

김종 한양대 체육대학장은 “스포츠산업이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방안을 차기 정부가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