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으로 보면 사유지지만 시민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하는 곳에는 공개공지(公開空地)도 있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 1993년 도입된 것으로, 연면적 5000㎡ 이상의 건축물을 짓는 경우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건물 앞에 소규모 휴식공간(연면적의 최대 10%)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공개공지는 서울 시내에만 1300여곳에 달한다. 그러나 공개공지 역시 건축선 후퇴공간만큼이나 건축주들에 의해 사적 용도로 이용되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올 들어 공개공지 전수조사를 실시해 총 74건의 건축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 유형으론 공개공지 내 영업행위 17건, 무단증축 10건 등 건축선 후퇴공간의 위반 사례와 비슷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하는 곳이지만 쇠창살로 된 울타리가 설치된 곳도 있었다.

14일 기자가 둘러본 서울 가산동의 한 대형 의류 판매장은 빌딩 앞 40m 구간을 ‘특설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특설 매장은 천막 10동이 세워져 있고,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로 둘러싸여 있었다. 인근 주민 주모씨(43)는 “주말이면 이 의류 판매장뿐 아니라 주변 옷가게들이 모두 천막을 세우고 매대를 밖에 내놓아 보행자들이 지나다니는 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관할 관청인 서울 금천구청 건축과 공무원은 “주기적으로 지도·단속을 하고 있지만 시정 명령 기간에만 천막을 철거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더 이상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시내 곳곳이 공개공지지만 이곳이 공공 공간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내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공개공지의 위치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도심 속 작은 쉼터 알림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