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로금리(연 0~0.25%) 정책이 고위험·고수익 채권인 정크본드 시장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이 사실상 제로 수준에 머물면서 투자자들이 정크본드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파산 위험이 높기 때문에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경제 전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CNBC가 13일 보도했다.

정크본드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발행한 고위험·고수익 채권을 뜻한다. 통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BB’ 등급 이하인 투자부적격 또는 투기 등급 회사채를 정크본드라고 부른다. 원리금 상환 등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위험이 높기 때문에 높은 금리에 발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정크본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Fed의 초저금리 정책 때문에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전통적인 채권 투자로는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미국 투자회사 LGM그룹에서 정크본드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로렌스 맥도널드는 “Fed가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을 정크본드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대형 펀드매니저들은 닥치는 대로 정크본드를 사들이고 있고, 이를 아는 기업들은 자꾸 쓰레기(정크본드)를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싼 금리에 돈을 빌려놓고 보자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올 들어 11월까지 정크본드 발행 규모가 2930억달러(약 300조원)를 기록했다. 2010년 전체 발행 규모인 2710억달러를 가볍게 넘어섰다. ‘BB’ 등급의 정크본드 수익률은 연 5.6%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 수준(5.3%)에 바짝 다가섰다.

그런데다 지난 12일 Fed의 3차 양적완화 확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양적완화 정책이 정상적인 기업들의 자본조달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정크본드 시장만 과열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들도 정크본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정크본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거나 일부 기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 시작하면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크본드가 투자자들과 경제 전체에 ‘시한폭탄’이 됐다는 뜻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