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25년, 日증권사 생존전략⑤<끝>]"파괴적 혁신이 살 길"…정부 규제완화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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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권산업이 위기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센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국내 증권사들이 이제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외부 충격에 따른 일시적 '쇼크'에는 강한 내성과 복원력을 자랑했지만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과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 앞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백척간두에 놓인 한국 증권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불안한 경제 환경과 주식시장 정체 속에서도 살아남은 일본 증권사들에 주목했다.
부동산과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이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일본 증권사들이 어떤 생존전략으로 살아 남았는지를 현지 취재를 통해 속속들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설마 설마 했던 게 어쩌면으로 바뀌고 있는거죠"
불황기에 수익성 악화로 고심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이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증권사들이 택해왔던 생존전략을 참고해 버릴 건 버리고, 배울 건 배우겠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3% 아래로 추락한 경제성장률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일본식 불황�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주식 거래대금이 침체되면서 1990년 '버블 붕괴'로 거래대금 장기침체를 경험했던 일본을 되짚어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일본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특히 일본 리테일 시장의 주력상품이 진화했다는데 주목, 황성호 사장 직속의 '미래상품발굴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저성장, 저금리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상품 개발에서 찾기로 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전략기획부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일본 증권사들은 꾸준히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자산관리 영업기반을 강화했고, 해외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월지급식 펀드가 연금형 생활자들에게 성황리에 팔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월지급식 펀드 등 노후에 대비한 상품이 꾸준하게 팔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라는 리만 브라더스의 아시아 부문을 인수하면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수익원 확보에 힘을 쓰는 동시에 일본 투자자를 위한 해외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올해 취임한 정해영 한양증권 사장도 일본 사례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 사장은 중소형 증권사의 활로를 찾기 위해 지난 12일 일본길에 올랐다. 한양증권 측은 "중소형 증권사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일본 사례를 참고하려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월 '일본의 길, 한국의 길'이라는 분석 리포트를, 대우증권은 '한국, 일본형 장기복합불황으로 가나?'란 주제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각각 100페이지, 300페이지에 달하는 기획 리포트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수 년간 한국에서도 저성장, 저투자, 저금리가 고착화되고 고령화와 사회 양극화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가세하면서 일본형 불황에 근접하고 있다"며 "한국은 일본의 장기복합 불황을 철저한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고, '파괴적 혁신'을 꾀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장기 불황 속 생존전략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연내 영업소 및 지점 10여곳을 통폐합해 경비를 줄여나갈 계획이며, KB투자증권은 KB은행 옆에 사무실을 두는 형태인 BWB(Branch with Branch)를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국내 헤지펀드의 해외투자를 위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자산 관리 영업을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기 위한 지점 대형화 및 통폐합은 이미 일반적인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전자서명제 시행을 계기로 태블릿PC만을 들고 외부로 나가 영업하는 '스마트금융'을 도입하는 한편 하나의 통장으로 금융투자상품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온라인 상품이 늘어난 것을 계기로 직원이 자산가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아웃도어 세일즈'를 대폭 강화하고 대형 버스를 점포로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는 '이동점포'도 개설했다.
다만 국내 증권사들이 다양하고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가 완화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식워런트증권(ELW)이라는 새 금융상품을 만든다고 해서 전 직원이 모의 거래에 참여할 만큼 전사적으로 매달렸는데 결국 정부가 죽였고 자본시장법 개정도 의회에서 표류하고 있지 않느냐"며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도쿄(일본)=한경닷컴 김효진 기자·정인지 기자 jinhk@hankyung.com
협찬 : 금융투자협회
외부 충격에 따른 일시적 '쇼크'에는 강한 내성과 복원력을 자랑했지만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과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 앞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백척간두에 놓인 한국 증권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불안한 경제 환경과 주식시장 정체 속에서도 살아남은 일본 증권사들에 주목했다.
부동산과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이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일본 증권사들이 어떤 생존전략으로 살아 남았는지를 현지 취재를 통해 속속들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설마 설마 했던 게 어쩌면으로 바뀌고 있는거죠"
불황기에 수익성 악화로 고심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이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증권사들이 택해왔던 생존전략을 참고해 버릴 건 버리고, 배울 건 배우겠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3% 아래로 추락한 경제성장률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일본식 불황�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주식 거래대금이 침체되면서 1990년 '버블 붕괴'로 거래대금 장기침체를 경험했던 일본을 되짚어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일본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특히 일본 리테일 시장의 주력상품이 진화했다는데 주목, 황성호 사장 직속의 '미래상품발굴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저성장, 저금리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상품 개발에서 찾기로 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전략기획부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일본 증권사들은 꾸준히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자산관리 영업기반을 강화했고, 해외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월지급식 펀드가 연금형 생활자들에게 성황리에 팔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월지급식 펀드 등 노후에 대비한 상품이 꾸준하게 팔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라는 리만 브라더스의 아시아 부문을 인수하면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수익원 확보에 힘을 쓰는 동시에 일본 투자자를 위한 해외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올해 취임한 정해영 한양증권 사장도 일본 사례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 사장은 중소형 증권사의 활로를 찾기 위해 지난 12일 일본길에 올랐다. 한양증권 측은 "중소형 증권사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일본 사례를 참고하려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월 '일본의 길, 한국의 길'이라는 분석 리포트를, 대우증권은 '한국, 일본형 장기복합불황으로 가나?'란 주제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각각 100페이지, 300페이지에 달하는 기획 리포트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수 년간 한국에서도 저성장, 저투자, 저금리가 고착화되고 고령화와 사회 양극화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가세하면서 일본형 불황에 근접하고 있다"며 "한국은 일본의 장기복합 불황을 철저한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고, '파괴적 혁신'을 꾀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점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장기 불황 속 생존전략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연내 영업소 및 지점 10여곳을 통폐합해 경비를 줄여나갈 계획이며, KB투자증권은 KB은행 옆에 사무실을 두는 형태인 BWB(Branch with Branch)를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국내 헤지펀드의 해외투자를 위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자산 관리 영업을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기 위한 지점 대형화 및 통폐합은 이미 일반적인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전자서명제 시행을 계기로 태블릿PC만을 들고 외부로 나가 영업하는 '스마트금융'을 도입하는 한편 하나의 통장으로 금융투자상품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온라인 상품이 늘어난 것을 계기로 직원이 자산가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아웃도어 세일즈'를 대폭 강화하고 대형 버스를 점포로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는 '이동점포'도 개설했다.
다만 국내 증권사들이 다양하고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가 완화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식워런트증권(ELW)이라는 새 금융상품을 만든다고 해서 전 직원이 모의 거래에 참여할 만큼 전사적으로 매달렸는데 결국 정부가 죽였고 자본시장법 개정도 의회에서 표류하고 있지 않느냐"며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도쿄(일본)=한경닷컴 김효진 기자·정인지 기자 jinhk@hankyung.com
협찬 : 금융투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