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노부부의 삶에 먹구름이 다가온다. 아내 안느가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가 되자 남편 조르주는 지극정성으로 병구완을 하지만 병세는 치매로 악화되고 나중에는 식물인간처럼 변한다. 조르주는 평생 사랑하고 헌신했던 안느에게 놀라운 선택을 하게 되는데….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사랑)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수작이다. 한때 프랑스 영화계를 호령했던 원로배우 장 루이 트랭티냥과 에마뉘에 리바가 노부부로 열연했고, 이자벨 위페르가 딸 역을 했다.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되새겨보도록 이끈다. 음식을 먹여주고 용변 보는 것을 도와주고 몸을 마사지하는 등 남편은 아내의 삶에 완벽하게 개입한다. 요양원에는 절대로 보내지 않는다. 환자를 함부로 다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느는 조르주에게 짐이 되는 게 싫어 식사를 거부한다. 반면 어머니에 대한 딸의 사랑에는 한계가 있다. 딸은 병문안을 와서 엄마에게 재산 얘기를 꺼낸다.

재치있는 연출 방식이 영화를 빛내준다. 카메라는 항상 조르주의 시선으로 안느를 포착한다. 안느는 조르주가 곁에 있을 때만 등장한다. 안느가 혼자 있는 장면에서도 조르주의 말 소리나 코고는 소리가 화면 바깥에서 들려온다. 이 같은 연출 방식은 환자를 지켜보는 남편의 애틋한 심정을 잘 보여준다.

이는 또 안느가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안느가 남편 외 다른 사람과 등장하는 장면은 딸과 함께할 때뿐이다. 안느는 의사 전달 능력을 잃어 전혀 소통할 수 없다. 조르주가 없는 안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사랑에 대한 영화 중 가장 오래 기억될 걸작”이라며 ‘2012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 19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