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에 아시아의 파워가 북미와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자립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10일(현지시간) 발간한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NIC가 16개 미국 정보기관의 의견을 취합해 작성한 안보보고서인 글로벌 트렌드는 새 행정부의 정책수립을 위해 작성되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4년마다 발간된다.

○부상하는 아시아

보고서는 중국의 성장 등에 힘입어 2030년에 아시아는 국내총생산(GDP), 인구, 군비지출, 기술투자 등에서 북미와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파워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앞으로 20년 동안 유럽 일본 러시아 경제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과 함께 새로운 신흥국 경제가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 경제국들로는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2030년 이전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경제 침체가 심각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지역적 동요로 이어지고 이는 내부 불안과 함께 역내 파급 효과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것”이라며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저무는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에 대해서는 “과거의 역사와 리더십이 있기 때문에 국제체제 내에서 나름의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또 셰일가스 덕분에 에너지자립과 함께 에너지수출국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중동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유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구소련 붕괴 이후 등장했던 이른바 미국의 ‘유일강국(unipolar) 시대’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들의 부상으로 미국 중국 등 특정 국가가 패권을 장악하는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며 과거 200년 이상 막강한 파워를 유지해 오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역동적인 신흥 경제국들과 지배력을 공유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 지속적 위협

보고서는 전 세계가 맞닥뜨릴 도전 과제의 하나로 핵확산을 지목한 뒤 이란과 북한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이란과 북한 등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취득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붕괴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와 중동 내 갈등이 지금과는 달리 ‘핵’을 동반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앞으로 10여년 내 남북통일을 이룰 경우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이 한·미 동맹 관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 경우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의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