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막는 블랙아웃…7일간 250억 썼다
예년보다 이른 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이달 들어 예비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에 조업을 하지 않는 기업에 제공하는 절전 보조금 명목이다. 하지만 전력산업기반기금 중 부하 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올해 예산이 250억원밖에 남지 않아 연말 강추위를 앞두고 기금 고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총 4000억원 써

돈으로 막는 블랙아웃…7일간 250억 썼다
1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7일간 정부는 시간당 평균 170만㎾를 확보하는 데 250억원을 투입했다. 올 여름 수요관리를 하고 남은 예산 500여억원 가운데 이미 절반을 사용한 것.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해 하루 평균 36억원을 날려버린 셈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겨울철은 여름과 달리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수요관리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수요관리는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한 방책으로, 기업에 보조금을 줘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 조업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름에는 오후 1~3시, 겨울에는 오전 9~11시와 오후 5~6시에 각각 수요관리를 한다. 사전 예고 시점, 전력 절감량 등에 따라 ㎾당 평균 524원의 보조금을 준다. 이 돈은 세금은 아니지만 전기요금의 3.7%를 적립하는 전력기금으로 충당돼 사실상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당초 올해 수요관리에 책정한 예산은 666억원이었지만 올 여름 폭염에 따른 수요관리에만 사상 최대치인 3500억원이 들어갔다. 연말까지 총 4000억원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영광 5·6호기 가동해야”

문제는 이 같은 수요관리를 무한정 지속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기업들에 매번 생산 일정 조절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요관리에 협조하기 위해 생산 시간을 변경하다 납품 기한을 놓치면 기업들로서는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품질인증서 위조 부품을 사용해 운전을 멈춘 영광 원전 5·6호기를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 200만㎾를 담당하는 영광 5·6호기를 가동하면 전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얘기다. 영광 5·6호기 교체 부품은 대부분 확보한 상황이다. 12일 새벽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한 뒤 전남 영광 주민들을 찾을 예정이다. 홍 장관은 영광 5·6호기에 대해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부품 교체 준비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첫 8시대 ‘관심’ 발령

한편 이날 사상 처음으로 전력 피크시간대가 아닌 오전 8시대에 전력 비상 1단계 ‘관심’이 발령됐다. 이날 예비전력이 오전 8시35분 379만㎾로 떨어진 뒤 20분 동안 400만㎾를 회복하지 못한 것. ‘관심’은 예비전력이 300만㎾대를 20분 이상 지속하면 발령된다. 오전 9시부터 수요관리를 시작했지만 급감한 예비전력은 11시25분이 돼서야 450만㎾로 늘어났다. 김우선 전력거래소 수요예측실장은 “강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한 번 늘어난 전력 수요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며 “대선 등 휴일이 있는 다음주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1월7일부터 2월22일까지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 시행을 통해 동계 전력난을 해소할 계획이다. 이 기간 중 현대자동차 GS칼텍스 등 3000㎾ 이상 사용하는 기업은 올 12월보다 3~10%를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