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설치작가 임충섭 씨, "자연과 문명 접점 찾는데 50년 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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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서 회고전
“40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햄버거만 2만5000개 이상 먹은 것 같은데 제게선 여전히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12일부터 내년 2월24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펼치는 설치작가 임충섭 씨(71·사진). 그는 “예술은 일종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형태는 서구적이지만 우리 전통적인 냄새가 더 짙어진 작업을 하면서 자연과 문명의 교착점을 조형적으로 연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그는 1980년대 초반 추상회화를 버리고 설치, 오브제, 영상으로 작품 영역을 꾸준히 확장시켜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달, 그리고 월인천지’. 미술 인생 50년에 걸쳐 제작한 평면, 드로잉, 설치, 오브제, 영상, 화석 작업 등 70점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내가 이렇게 말했다’가 흐르는 전시장 중앙에는 비원의 정자, 전통 베틀 같은 모형이 펼쳐져 있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 설치작품의 제목은 ‘월인천지’.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서 나오는 월인천강지곡의 개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명이 천장에서 비추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문명의 사이의 다리놓기’란 의미를 상징하는 50m 길이의 풍경이 이채롭다. 그는 “달은 자연과 문명을 가로지르는 경계를 비춤과 동시에 그 둘 사이에 다리를 놓고자 하는 욕망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빌려온 오브제 작업 ‘화석 풍경’시리즈는 도시와 자연의 접점을 돌로 표현한 사례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돌이나 고향 진천의 신작로에 깔린 돌은 자연의 또 다른 형태를 상징한다.
벽을 뚫고 지나가는 형태의 설치 작업 ‘단색-자전거’는 뉴욕의 경찰관이 소장한 자전거를 경매에서 구입해 만든 작품으로, 하얀 색조의 모노크롬의 미학을 설치 형태로 내보인다.
“인간의 삶은 고침의 역사”라고 강조하는 그는 “제 작업은 돌과 흙, 달, 실 등 다양한 오브제의 원래 상태를 반대로 바꿔 이뤄지는 공간에서 사람이 행하는 퍼포먼스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02)2188-60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12일부터 내년 2월24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펼치는 설치작가 임충섭 씨(71·사진). 그는 “예술은 일종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형태는 서구적이지만 우리 전통적인 냄새가 더 짙어진 작업을 하면서 자연과 문명의 교착점을 조형적으로 연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그는 1980년대 초반 추상회화를 버리고 설치, 오브제, 영상으로 작품 영역을 꾸준히 확장시켜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달, 그리고 월인천지’. 미술 인생 50년에 걸쳐 제작한 평면, 드로잉, 설치, 오브제, 영상, 화석 작업 등 70점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내가 이렇게 말했다’가 흐르는 전시장 중앙에는 비원의 정자, 전통 베틀 같은 모형이 펼쳐져 있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 설치작품의 제목은 ‘월인천지’.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서 나오는 월인천강지곡의 개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명이 천장에서 비추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문명의 사이의 다리놓기’란 의미를 상징하는 50m 길이의 풍경이 이채롭다. 그는 “달은 자연과 문명을 가로지르는 경계를 비춤과 동시에 그 둘 사이에 다리를 놓고자 하는 욕망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빌려온 오브제 작업 ‘화석 풍경’시리즈는 도시와 자연의 접점을 돌로 표현한 사례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돌이나 고향 진천의 신작로에 깔린 돌은 자연의 또 다른 형태를 상징한다.
벽을 뚫고 지나가는 형태의 설치 작업 ‘단색-자전거’는 뉴욕의 경찰관이 소장한 자전거를 경매에서 구입해 만든 작품으로, 하얀 색조의 모노크롬의 미학을 설치 형태로 내보인다.
“인간의 삶은 고침의 역사”라고 강조하는 그는 “제 작업은 돌과 흙, 달, 실 등 다양한 오브제의 원래 상태를 반대로 바꿔 이뤄지는 공간에서 사람이 행하는 퍼포먼스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02)2188-60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