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부유층 재테크 수단 된 상호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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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신협, 새마을금고 등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 안내
비과세 혜택 6차례 연장
내년 또 '묻지마 연장' 가능성
"자격 강화 등 보완해야"
비과세 혜택 6차례 연장
내년 또 '묻지마 연장' 가능성
"자격 강화 등 보완해야"
서울 강남의 직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정동원 씨(36·가명)는 얼마 전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를 들었다. 농협 단위조합에 돈을 맡기면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4%)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것.
곧바로 인근 농협에 가입 자격을 문의했다. 담당 직원은 “만 20세 이상이고 강남에 주소지나 직장이 있으면 농민이 아니라도 누구나 준조합원 자격으로 가입할 수 있다”며 “준조합원이 되려면 1만원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1만원권을 꺼냈다.
◆느슨한 가입조건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조합 예탁금(예·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농어민과 서민 지원용’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로는 부유층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조합의 비과세 예·적금 가입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대부분 1만원 안팎의 돈을 내고 준조합원이나 회원으로 가입하면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내년에 부활하는 비과세 재형저축(분기당 300만원까지 납입)이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보니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많은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농협 단위조합은 전국에 1264개다. 예금 가입자 350만명 중 농업인에 해당하는 조합원은 20%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일반인이다.
절세 혜택도 크다. 10일 현재 강남 일대 농협 단위조합 지점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다. 3000만원을 넣으면 만기 때 원금 외에 97만6140원의 이자를 받는다.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고 농어촌특별세(1.4%)만 붙기 때문이다. 일반 은행이라면 같은 금리에 이자가 83만7540원에 그친다. 이자소득세와 농특세를 뗀 금액이다. 다른 은행에 비해 이자가 13만8600원 더 붙는 셈이다.
◆비과세, 7번째 연장?
상호금융조합도 비과세 예·적금 의존도가 높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기준으로 농·수·신협과 산림조합을 조사한 결과, 총 수신액 276조4984억원 중 비과세 예금이 94조6493억원으로 34.2%에 달했다. 특히 신협과 산림조합은 이 비중이 50%를 넘었다. 새마을금고까지 감안하면 비과세 예·적금이 1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감안, 내년부터 상호금융조합의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9월 말 국회에 제출했다. 기획재정부는 “1976년 신설 이후 장기간 충분한 지원이 이뤄진 점과 다른 금융회사와의 과세 형평성 등을 감안해 비과세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민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감안해 내년에는 이자소득에 대해 5%, 2014년 이후에는 9%의 분리과세를 적용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합들은 “농어민의 경제적 어려움과 경쟁력이 약한 상호금융회사를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조합 쪽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당초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던 상호금융조합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여야 합의로 3년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내에선 ‘묻지마 연장’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1995년 각종 세제 혜택에 대한 일몰제 도입 이후 이 예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그동안 여섯 번이나 연장됐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연장되면 무려 일곱번째다. 전문가들은 비과세 혜택을 연장하더라도 당초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농어민이나 서민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상호금융조합
농·수·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의 단위조합을 말한다. 전국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중앙회와 달리 제한된 영업구역에서만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며 2금융권으로 분류된다. 각 조합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주용석/김유미 기자 hohoboy@hankyung.com
곧바로 인근 농협에 가입 자격을 문의했다. 담당 직원은 “만 20세 이상이고 강남에 주소지나 직장이 있으면 농민이 아니라도 누구나 준조합원 자격으로 가입할 수 있다”며 “준조합원이 되려면 1만원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1만원권을 꺼냈다.
◆느슨한 가입조건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조합 예탁금(예·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농어민과 서민 지원용’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로는 부유층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조합의 비과세 예·적금 가입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대부분 1만원 안팎의 돈을 내고 준조합원이나 회원으로 가입하면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내년에 부활하는 비과세 재형저축(분기당 300만원까지 납입)이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보니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많은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농협 단위조합은 전국에 1264개다. 예금 가입자 350만명 중 농업인에 해당하는 조합원은 20%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일반인이다.
절세 혜택도 크다. 10일 현재 강남 일대 농협 단위조합 지점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다. 3000만원을 넣으면 만기 때 원금 외에 97만6140원의 이자를 받는다.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고 농어촌특별세(1.4%)만 붙기 때문이다. 일반 은행이라면 같은 금리에 이자가 83만7540원에 그친다. 이자소득세와 농특세를 뗀 금액이다. 다른 은행에 비해 이자가 13만8600원 더 붙는 셈이다.
◆비과세, 7번째 연장?
상호금융조합도 비과세 예·적금 의존도가 높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기준으로 농·수·신협과 산림조합을 조사한 결과, 총 수신액 276조4984억원 중 비과세 예금이 94조6493억원으로 34.2%에 달했다. 특히 신협과 산림조합은 이 비중이 50%를 넘었다. 새마을금고까지 감안하면 비과세 예·적금이 1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감안, 내년부터 상호금융조합의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9월 말 국회에 제출했다. 기획재정부는 “1976년 신설 이후 장기간 충분한 지원이 이뤄진 점과 다른 금융회사와의 과세 형평성 등을 감안해 비과세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민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감안해 내년에는 이자소득에 대해 5%, 2014년 이후에는 9%의 분리과세를 적용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합들은 “농어민의 경제적 어려움과 경쟁력이 약한 상호금융회사를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조합 쪽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당초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던 상호금융조합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여야 합의로 3년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내에선 ‘묻지마 연장’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1995년 각종 세제 혜택에 대한 일몰제 도입 이후 이 예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그동안 여섯 번이나 연장됐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연장되면 무려 일곱번째다. 전문가들은 비과세 혜택을 연장하더라도 당초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농어민이나 서민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상호금융조합
농·수·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의 단위조합을 말한다. 전국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중앙회와 달리 제한된 영업구역에서만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며 2금융권으로 분류된다. 각 조합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주용석/김유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