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병원을 8년 만에 문닫지만 반드시 다시 올 겁니다.”

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그린닥터스를 이끄는 정근 이사장(사진)은 9일 “북한 개성공단에서 운영해온 남북협력병원인 개성병원이 이달 말 계약을 끝내고 문을 닫는다”며 “지금은 개성병원을 철수하지만 기회가 오면 언제든 대북 의료협력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닥터스는 안과 의사인 정 이사장을 중심으로 부산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의료진이 모여 더욱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2004년 초 재단법인 형태로 출범했다. 그린닥터스는 이후 해마다 500여명의 의료봉사단을 구성해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5~6개국의 의료후진국에 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으로 재해를 입은 지역에도 의료진을 파견해 왔다. 2005년 개성공단 내 개성병원을 개원한 데 이어 2010년에는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미얀마 현지에 병원을 열어 환자를 돌보고 있다.

개성병원 철수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20억원을 들여 새로 설립한 ‘개성공단 응급의료시설’이 이달부터 운영되기 때문이다. 일산백병원이 응급의료시설운영을 위탁받은 데다 계약 기간이 만료돼 그린닥터스는 의료진과 장비를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2005년 1월 처음 북한 개성공단에 병원을 세울 때만 하더라도 현지 파견을 망설이는 의료진이 있었지만 지난 8년간 아무 탈없이 무려 35만명의 남북한 근로자를 무료 진료했다”고 그동안의 봉사성과를 평가했다.

병원은 의료진 6명이 돌아가면서 상주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남한 근로자들은 이 병원에서, 북한 근로자는 북한 진료소에서 각각 진료를 받았다. 북한 의료진 비용과 의약품은 그린닥터스가 지원했다. 지금까지 지원한 비용만 50억원 이상이다.

이런 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진 것만은 아니었다. 정 이사장은 “처음 개성병원을 열면서 ‘그린닥터스’라는 영문명칭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오해를 받아 개원식이 연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하지만 개원 초기 연탄가스 중독으로 곤경에 처했던 북한 주민을 개성병원에서 치료하면서부터 현지 주민의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