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려줄게…. 오른손엔 전화기를 들고 왼손으로는 천천히 내 몸을 만지고 있어. 음…, 너무 좋다. 내 허벅지에 소름돋는 거 느껴져?”

발칙한 로맨틱코미디 ‘나의 PS파트너’(사진)가 흥행 질주하고 있다. 지난 6일 개봉 후 9일까지 60만명을 동원했다. 제목의 PS는 폰섹스의 약어. ‘미녀는 괴로워’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아중이 극중 일면식도 없는 남자 지성과 우연히 폰섹스를 가지면서 진짜 사랑에 눈떠가는 이야기다.

폰섹스란 소재에 걸맞게 청각적인 재미가 두드러진다. 수화기를 통해 낯 뜨거운 대사가 오간다. 직접적인 행위보다 때로는 더 자극적이다. 상상할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트렌디한 연애를 직시한다. 한 명의 파트너에 충실한 연애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의 본능과 더 잘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때문에 내숭이나 정절은 관심사가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전화를 통해 나누는 대사뿐 아니라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노골적이다. 성기 사이즈에 관한 관심이 그것이다.

유학을 떠나는 여자친구에 대한 남자친구의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자. 남자가 “(바람 피우는 것을) 전혀 걱정 안 해. 서양인들은 크기만 크지. 나는 단단한 남자거든”이라고 말하자 여자친구는 “포르노의 영향이지, 책에서 보니 동양이나 서양이나 별 다를 게 없다”며 맞장구친다.

젖가슴 크기도 예외가 아니다. 김아중이 “가슴 한 사이즈만 키울까” 하고 묻자 남자친구는 말린다. “내 가슴이 딱이지?”란 그녀의 기대감에는 “수술한 가슴은 촉감이 별로야”라고 찬물을 끼얹는다.

영화는 ‘크기’뿐 아니라 연애하는 남녀의 심리적인 콤플렉스에 주목한다. 지성과 김아중은 겉모습으로는 A급이지만 연애 기술은 C급이다. 김아중은 5년간 사귄 남자친구의 프러포즈를 고대하는 처지고, 지성은 7년간 사귄 여자친구에게 차였다. 이 같은 설정은 사랑에 빠진 남녀는 한없이 부족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지점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