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의 이른바 ‘리쇼어링’ 바람은 최근 실시된 여러 설문조사에서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 2월 매출 10억달러 이상 미국 대기업 1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37%는 “제조시설의 미국 유턴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급망 관리 전문가인 데이비드 심치레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가 지난여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33%가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단순한 고려에서 더 나아가 “확실한 유턴 계획이 있느냐”는 항목에 1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심치레비 교수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제조시설을 시장과 가까운 곳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두 번째 이유로 아웃소싱의 ‘숨은 비용’을 꼽았다. 심치레비 교수는 “지난 8년 동안 중국의 인건비는 연 평균 20%씩 오른 반면 미국의 인건비 상승률은 3%에 불과했다”며 “중국은 조만간 ‘값싼 노동력’이라는 강점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10년 전에 비해 유가가 3배 이상 뛰면서 물류비용이 늘어났고, 일본 대지진 등 자연재해로 기존 글로벌 공급망도 불안해졌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아웃소싱의 비용과 편익을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심치레비 교수는 리쇼어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높은 세금을 꼽았다. 그는 “연방정부 세금과 주정부 세금을 합치면 미국 기업들은 이익의 39% 이상을 법인세로 내야 한다”며 “법인세율을 낮추면 리쇼어링 바람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기업에는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심치레비 교수는 “한국 정부도 제조업체들의 유턴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6월 274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46개 회사 중 단 한 곳만이 유턴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제조업 유턴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규제 완화(47.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세제 지원 확대(29.7%), 시설 및 운전자금 지원(15.9%), 공장부지 지원(4.8%) 등이 뒤를 이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