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실종에 중개업계 인심 야박
최근 서울 잠실동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7억원에 매입한 직장인 이모씨(43)는 과다한 중개수수료 문제로 중개업소와 얼굴을 붉혔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6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9% 이하에서 협의로 결정한다. 그동안 0.6% 선에서 결정되고 아무리 높아도 0.7%를 넘지 않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0.9%(630만원)를 내놓으라며 계약 파기를 무기로 압박했다. 이씨는 “중개수수료만 예상보다 200만원가량 더 줬다”고 털어놨다.

주택 거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중개업계 인심도 야박해지고 있다. 주택 매매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에 따라 0.4(2억~6억원 미만)~0.9%(6억원 이상)지만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최대치인 0.9%의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거래 침체로 한 달에 1건도 성사시키기 힘든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게 중개업계의 하소연이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주택 수수료 기준을 준용하는 주거용 오피스텔 매매 때도 상업용 오피스텔과 같은 0.9%의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 내 상가의 중개업소가 30개가 넘는데 은마아파트 매매 건수는 한 달에 5~6건에 불과하고 전세 건수도 적다”며 “상가 임대료와 전기료 등을 고려하면 대부분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잠원 대림과 신반포1차 등 재건축 예정 단지들의 주민 이주로 전세난을 겪고 있는 반포와 서초동 일대 중개업소는 ‘전세 매물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보통 전세와 매매 물건을 인터넷망으로 공유한다. 임대인의 의뢰를 받은 중개업소와 임차인을 보유한 중개업소가 중개수수료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하지만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물을 선점해 중개수수료를 독차지하겠다는 중개업소가 증가하고 있다. 반포와 잠원동 일대의 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은 4억원을 웃돌고, 서초동 삼성타운 인근 아파트도 3억5000만원은 줘야 얻을 수 있을 정도다.

고진흥 제일공인(서초동) 대표는 “매물을 공유하는 공동망에 좋은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