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지난 7월 ‘중국 스파이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김성태 원장(사진)을 인터뷰한 중국중앙TV(CCTV)가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수준을 넘어 아주 세세하고 민감한 것들까지 질문했다는 것. 김 원장은 미심쩍어 인터뷰를 서둘러 마무리한 뒤 국가정보원에 신고했고, 취재를 온 6~7명의 사람들 중 한 명만 CCTV 직원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아직까지도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화진흥원은 중앙일보 문화사업단을 통해 CCTV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한·중 수교 20년을 맞아 한국의 전자정부 모델을 배우고 초고속정보통신망 보급 등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사례에 대해 보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 원장은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고 7월 초 일정을 잡았다.

사전에 보내온 질문지는 ‘통신 산업과 인터넷 경제 발전 등을 이룰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무엇인가’, ‘국가정보화 및 초고속정보통신망 보급·확산 정책 추진기관인 정보화진흥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등 10개였다.

7월10일 정보화진흥원에 온 6~7명의 중국인 취재팀은 처음에 질문지를 토대로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원장과 내부 직원들이 의심할 만큼 세세하고 민감한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특히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사례에 대한 질문에서는 기술적인 것까지 꼼꼼히 물어봤다. 김 원장은 ‘정보를 캐내려고 온 스파이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일정이 있다”며 인터뷰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정보화진흥원은 인터뷰가 끝난 뒤 곧바로 국정원에 신고했고, 인터뷰에 온 중국인들 중 CCTV 직원은 한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CCTV 한국지부에 물어보니 김 원장을 인터뷰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CCTV는 중국 최대 국영 방송사로 2만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방송하는 채널만 20곳이 넘는다. 공산당과 정부의 정책을 선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보화진흥원은 “다행히 민감한 내용은 답변하지 않았다”며 “국내 IT에 대한 해외 관심이 높은 만큼 향후 해외 인터뷰에는 보안을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보화진흥원은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기관으로 한국정보사회진흥원(옛 한국전산원)과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을 통합해 2009년 출범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과 전자정부 기술지원, IT대중화 사업 등을 맡아 왔다. 특히 전자정부는 유엔 전자정부 글로벌 대상을 2회 연속 수상할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